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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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옛사람들은 이 더위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이겨내려 하지 않았던 게 조상들의 지혜다. 여름은 여름답게 덥고, 겨울은 겨울답게 추운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주어진 오늘의 날씨만큼을 살아가려 했던 사람들, 자연에 순응하며 때를 기다리다보면

발수성이 좋아빗물이 또르르 흐르는 연잎을 보고 누군가는 술을 담아볼 생각을 했던 것일까? 너울거리는 그 커다란 연잎을 어떻게 잔으로 쓴 것일까 궁금했는데, 실상을 알고 나니 아, 나는 아직 풍류의 ‘‘에도 이르지 못했구나 싶어 탄식이 나왔다. 옛사람들이 만든 천연 술잔은 이렇다. 줄기가 너무 짧지도 굵지도 않은것을 골라 연잎을 줄기째 꺾는다. 싱싱한 연잎 위로 술을 부은후 줄기와 이어지는 가운데 부분을 비녀로 찔러 구멍을 낸다.
그럼 술이 줄기 속으로 흘러내렸는데, 연잎 줄기를 통과한 술은 연꽃 향기가 스미고 차가워져서 좋았다고. 커다란 연잎을술잔으로, 긴 줄기를 빨대로 삼은 것이다. 이렇게 마시는 술을연꽃 하 마음심 자를 써서 하심주라 불렀다.

조상들로부터 풍류를 배울수록 여름의 숙제가 분명해진다. 한량 되기. 더위에 지쳐 쓰러지듯 쉬는 것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한량 되기! 한 번으로는 부족하니, 하루짜리 여름방학을 세 번에 나눠 가졌던 삼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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