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어떻게 들려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마스터한 그룹이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중독적인 선율과 눈을 사로잡는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 이상이다. 그들은 정신적인 건강과 자신을 사랑하는(Self-love) 것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천착한다. 그들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 점에 관해선 정국의 말을인용한다. "그 점이 우리의 의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어떻게행동해야 할지, 어떻게 우리 음악을 만들어야 할지. 그래서 우리가 하는 행동, 그에 대한 책임감, 우리가 만드는 음악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앞에서 나는 ‘한류‘를 살펴보려다 BTS 현상을 맞닥뜨리게 됐고 그 속을 헤아리려다 BTS 강물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했다. 그 강물에 발목을담근 순간 나는 그만 미끈 목까지 빠져버렸다고 했다. 순간 나는 놀람과 환희로 숨이 멎는(‘take my breath away‘) 듯했다. 강물 가운데로 들어갈수록 그들의 노래는 나(내 숨을)를 부드럽게 위로해 주었다(‘killingme softly‘). 어떤 노래 제목에서는 불현듯 드는 기시감(‘Déja Vu‘)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인문학자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이 BTS라는 한점으로 소환(recall)되는 것 같은 이 기이한 느낌을 뭐라 해야 할까. 정말이지 내 생에 처음 느껴본 감정이다. 헝클어진 채 오랫동안 방치된실타래를 마침내 푼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BTS와 관련지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내 석사논문 제목은 Problem of Art in Henry James‘s Artist Tales (헨리 제임스 예술가단편들에서 예술의 문제)이다. ‘소설은 헨리 제임스(1843-1916) 이후 완전히 새로워졌다‘(존 밴빌)고 할 만큼 헨리 제임스는 현대 영미 소설의 형식과 내용의 원형을 제시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나는 헨리 제임스의 단편들 중에서 삶과 예술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소위 ‘예술가 단편들을분석했다. 이 단편들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물음은 예술가에게 무엇이진짜인가, ‘What is the real thing?‘이었다. 오! 이런! 이 물음이 화살처럼 날아가 <화양연화> 과녁의 중앙에 꽂힐 줄이야!
Art for Liberation from Spiritual Colonization: Joyce‘sCritique of British Imperialism (영혼의 식민화로부터 해방을 위한 예술: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조이스 비판). 내 박사학위논문 제목이다. 헨리 제임스 문학이 모더니즘 ‘소설의 원형‘이라면 제임스 조이스(1882-1941) 문학은 모더니즘 ‘소설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조이스는 전 세계적으로연구논문과 학위논문이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아일랜드 작가이다. 그는 생전에 "나로 인하여 조이스 산업 (Joyce Industry)이 생겨날 것이라" 호기 있게 말했는데, 그의 예언대로 사후 80년 동안전 세계 강단 학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임스 조이스가 재생산되어 오고 있다.
그는 문학의 형식(언어, 상징주의, 내적독백, 의식의 흐름, 서술 기법 등)과내용(정치, 역사, 종교, 과학, 언론, 철학, 신학, 신화, 예술, 미학...) 모두를 재구성함으로써 문학의 범주와 경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나는 논문에서 식민지 조국에서 영혼의 자유를 향한 예술이란 어떤 것인가(것이어야 하는가)를 탐구했다. 오! 기시감이라니(‘Déjà Vu‘)! BTS의 <에피퍼니Epiphany(顯現)>는 조이스 소설미학의 핵심 이론이고, BTS의 <시차(parallax)>는 소설의 끝이라고 평가되는 조이스의 대작 『율리시스의 주요 유도동기(leitmotive) 중 하나다. BTS 뮤비들을 짜나가는 서사와 구조에서 조이스의 ‘내적독백‘과 ‘의식의 흐름‘ 서술 기법을 수없이마주쳤다. 방탄의 강물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BTS의 음악에서 내 석박사 논문이 소환(recall)되니 어찌 목까지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놀라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의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표현한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와 《MAP OF THESOUL: 7》에서 BTS는 융의 심리학 이론을 음악과 뮤비라는 예술로승화시켰다. 내가 공부하고 연구해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1865-1939)는 융의 심리학을 시예술로 승화시킨 아일랜드 국민 시인이다. 융의 심리학이라는 창으로이 앨범을 분석하는 것에서 나는 한발 더 나아가 예이츠 ‘시창‘으로BTS 예술을 엿보았다. 카메라 렌즈 같은 ‘상징시창‘으로 밀고 당겨 바라본 BTS 예술의 광대함과 섬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0대와 20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세상의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는" 방탄이 되자는 서원과 "방탄음악은 방탄 내면에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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