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일러 주는 하느님 - 오늘의 삶을 위한 식별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자코모 코스타 엮음, 정강엽 옮김 / 성서와함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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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성인은 두 가지 생각의 차이점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인은 3인칭 시점으로 쓴 그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세상사를 공상할 때에는 당장에는 매우 재미가 있었지만, 얼마 지난 뒤에 곧 싫증을 느껴 생각을 떨치고 나면 무엇인가 만족하지 못하고 황폐해진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 가는 길, 맨발로걷고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하는, 성인전에서 본 고행을 모조리 겪는다고 상상을 하면, 위안을 느낄 뿐만 아니라, 생각을 끝낸 다음에도 흡족하고 행복한 여운을 맛보는 것이었다"(8항). 성인전은 그에게 기쁨의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의 이 경험에는 주목할 만한 측면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간입니다. 즉, 세상에 대한 생각은 처음에는 매력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매력을 잃고 공허함과 불만족을 남깁니다. 반대로 하느님에 대한 생각은 처음에는 ‘나는 이 지루한 성인들의 이야기를 읽지 않겠어‘ 같은 일종의 저항감을 일으키지만, 성인들의 삶이 마음에 들어오면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평화를 느끼고 그 평화는 오래 지속됩니다.

두 번째 측면은 생각의 종착점이 어디인지입니다. 처음에는 상황이 그렇게 명확하지 않아 보입니다. 식별에는발전 단계가 있습니다. 가령 우리는 추상적이거나 통상적인방식이 아니라 우리 삶의 여정을 통해 무엇이 우리에게 좋은지를 이해합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이 근본적인 경험의결실인 ‘식별의 규칙‘에서 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전제를 제시합니다. "대죄에서 대죄로 나아가는사람들에게 원수는 노골적인 쾌락을 제시하고 감각적인 쾌락과 즐거움을 상상하도록 하여 악덕과 죄들을 유지하고더욱 키워 가게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선한 영은 이성의 분별력으로 양심을 자극하고 가책을 일으키는 등 정반대의•방법을 쓴다" 《영신수련》, 314항).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않습니다.

식별하는 사람은 식별에 선행되는 역사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식별이란 두 가지 가능성을 놓고서 제비를 뽑는 일종의 신탁이나 숙명론 혹은 실험실의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어떤 지점을 지나는 여정을 마칠 때면 중요한 질문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여정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삶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그런데 내가 왜 이 방향으로 걷고 있지?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바로 그곳이 식별이 일어나는 지점입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다리 부상을 치료하는 동안 하느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네, 그렇지 않았지요. 그러나 그는 자신의마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느님을 처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그에게 놀라운 반전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첫눈에매력적으로 보인 것들은 그에게 환멸을 가져왔지만, 그다지눈부시지 않은 다른 것에서 그는 지속되는 평화를 느꼈습니다. 우리 역시 이러한 경험을 합니다.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고 거기에 머물다가, 결국에는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에 우리가 자선 활동이나 좋은 일을 하면 행복을 느끼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고, 행복과 기쁨이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사건에는 명백한 우연성이 존재합니다. 모든 것은 사소한사고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기사들의 무용담에 관한 책을 원했지만, 성인전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좌절은 하나의 전환점이 됩니다. 얼마 후에야 이냐시오 성인은 이것을 깨닫고 모든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명심합시다. 하느님은 계획되지 않은 우연한 일들을 통해 일하십니다. 나에게 우연히 어떤 일이 일어났고, 우연히 이 사람을 만났고,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일들은 계획되지 않았지만, 하느님은 계획되지 않은 사건과 심지어 불상사를 통해서도 일하십니다. "산책을 해야 하는데 발에 문제가 생겨서 산책을 할 수 없잖아." 이런 불상사를 통해서 하느님은 여러분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계십니까? 그사건이 여러분의 삶에 무엇을 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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