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이 노력과 행운의 결합이라 생각하겠죠.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사람들은 항상 말하죠. 우린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요. 하지만 우린 변하지 않아요. 그냥 변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결코!
변하지 않아요. 어떻게 변할 건지 매번 찾아 헤매지만 결국은 결코, 전혀! 변하지 않죠. 최근 당신이 겪은 일 중에이건 정말 획기적인 변화였다고 자부할 만한 게 있나요?
아마도 많지는 않을 겁니다.

정말로, 진짜로 행동해야 해요. 언제까지요? 변할때까지 말이죠. 세상이 변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단언컨대 당신은 결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어요. 그런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하나만 말씀드리죠. 당신은 오직 당신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게 변할 때까지요.

그땐 그저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고 생각했었다. 완벽한 순간은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 있다는 걸 몰랐으니까.

ㅡ엇, 이거 생각보다 맛있잖아!
화면 속의 성곤이 말하고 있었다. 아영이의 얼굴에 씩미소가 번졌다.
-신기하네. 이렇게 맛있는 딸기 처음 먹어본다.
성곤이 딸기를 포크로 하나 더 찍으며 말했다. 자기 손으로 딸기를 집어 든 건 기억나는 한 처음이었다.
-그것 봐. 내 말이 맞지?
아영이가 어눌한 발음으로 차근차근 말했다.
-그냥 생각을 바꿔.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었던 거라고.
-오케이, 생각만 바꾸면 되는 거지?

- 있잖아, 진석아. 난 그동안 뭘 할 때마다 늘 목표를생각했거든. 근데 그 목표들이 순수하지가 않았어. A는 B를 위한 행동이고 B는 C를 위한 행동이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랬거든? 근데 그게 다 부질없게 느껴지더라. 최종목표가 무너지면 중간에 했던 A부터 Z가 전부 무의미해지더라고. 그래서 이제 그렇게 거창한 목표 같은 걸 안세우기로 했어. 행동에 목표를 없애는 거지. 행동 자체가 목표인 거야.

언젠가는 다시 생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일단은아니야. 네 말대로 지금은 미래 같은 거 생각 안 해. 충분히 많이 해봤거든. 근데 도착해야 할 미래의 이정표를 너무 먼 곳에다 세워놓으니까, 현재가 전부 미래를 위한 재료가 되더라고. 자세 하나 고치는 거, 그 자체가 목표야.
그다음? 그런 거 없어. 그냥 하나라도 온전하게 끝까지 해보고 싶어.

-뭐든지 한번에 한가지씩만 하는 겁니다. 밥 먹을 땐먹기만, 걸을 땐 걷기만, 일할 땐 일만. 그렇게 매 순간에충실하게 되면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그 말은 성곤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등을 쭉 펴고 어깨를 여는, 목적 없는 단순함이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비결이었다는 걸 김성곤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만으론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박실영이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생각의 스위치는 끄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세요. 우린 항상 무언가를 판단하느라 에너지도 감정도 너무 많이 쓰고 있잖습니까. 그러다보면 자꾸만 소모적인 생각이 날아들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거나이해하지 못하게 돼요. 생각이란 건 자신만의 선글라스같은 거니까요. 그러니까 생각의 스위치부터 꺼야 하죠.
그다음은 쉽습니다. 낙엽은 낙엽으로 보고 전봇대는 전봇대로 보는 겁니다. 빨간 건 빨갛게 노란 건 노랗게 받아들이면 되죠.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어요. 저기 가로등 보이시죠. 무슨 색 같습니까.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바라보고 조금 더 나은 상태, 기존의 상태에서 벗어난 단계로 이동하는 변화. 이 프로젝트의목표는 성공이 아니라 변화의 시도와 기록 그 자체였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지만,
변화의 반대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스스로가 만든 지푸라기를 잡고 떠오릅시다!

좋을 거야. 넌 절대로 원하는 만큼 한번에 이룰 수는 없어. 세상이 그렇게 관대하고 호락호락하지가 않으니까.
근데 말이지, 바로 그만두는 건 안 돼. 일단 안 돼도 뭔가가 끝날 때까지는 해야 돼.
--언제까지요?
-끝까지.
-끝이 언젠데요.
-알게 돼.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상황이 끝나든 네마음이 끝나든, 둘 중 하나가 닥치게 돼 있으니까.

-다시 시작해야지. 네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
-뭘요?
-되는 것부터. 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중 되는 것부터, 운동이든 공부든, 책을 읽는 거든. 하다못해 나처럼 등을 펴는 게 됐든. 너 혼자 정해서 너 스스로 이뤄낼 수 있는 것부터.

성곤의 눈시울이 왠지 모르게 붉어졌다. 이제야 비로소그는 박실영이 인생을 받아들이는 비법이 무엇인지 조금쯤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통로를 마련하려 애쓰고 결국 비가 들이치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그의모습이 떠올랐다.

박실영은 삶을 적으로 만들지도, 삶에 굴종하지도 않았다. 인생이라는 파도에 맞서야 할 땐 맞서고 그러지 않을때는 아이의 눈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관찰했다. 어떤 삶을 겪어내야 그의 얼굴에 새겨진 단단한 평화로움을 가질수 있는 것인지 김성곤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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