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대화 - 인생의 언어를 찾아서
김지수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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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한 사람이 이긴다는것, 믿으세요

하늘의 별의 위치가 불가사의하게질서정연하듯,
여러분의 마음의 별인 도덕률도 몸 안에서 그렇다는 걸 잊지 마세요.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 마음을 나누어 가지며 여러분과 작별합니다.

육체에서 물기가 빠져나갈수록 그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며 생생하게 죽음을 헤엄쳐 다녔다. 일상에서 느끼는 죽음의 불안, 그것은주머니에 깨진 유리 조각을 넣고 다니는 것과 같다거나, 죽음은 있던 곳으로의 귀가라는 점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데 어머니가 ‘그만 놀고 들어오라‘시는 소리와 같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죽음은 동물원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내게 덤벼드는 기분‘이라는 말로 척추 신경으로 죄어오는 공포도 숨기지 않았다

죽음이 뭔가? 컵이 깨지는 거예요. 유리그릇이 깨지고 도자기가 깨지듯 내 몸이 깨지는 거죠. 그러면 담겨 있던 내 욕망도 감정도 쏟아져요. 출세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돈 벌고 싶은 그 마음도 사라져 안 사라지는 건? 원래 컵 안에 있었던 공간이에요. 비어있던 컵의 공간. 그게 은하수까지 닿는 스피릿, 영성이에요.

오늘날 청년의 언어가 나에게는 새로운 생각을 던져줍니다.
요즘 ‘멍때린다‘라고 하지요? 과거에 나는 청중들이 내 앞에서 ‘멍때리면‘ 신이 나서 강연을 했어요. 완전히 내 말에 흡수된 상태거든. 멍한 상태가 뭐예요? 서양에서는 엑스터시,
황홀경이죠. 그런데 요즘의 멍때린다는 아무것도 생각하지않은 판단 중지 상태예요.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니 생각을멈추기 위해, 자기방어 기제로 쓰는 게 요즘의 ‘멍때리기‘야.
자기만의 진공 상태를 만드는 거죠.

말이 글보다 중요한가요?
말이 우선이에요. 글 쓰는 사람도 말을 떠나 존재할 수 없어요. 김소월 시인의 유명한 시가 있잖아. ‘그립다/ 말을 할까/하니 그리워‘ 감정도 말로 표현해야 감정으로 나오는 거예요. 소리 지르면 나도 모르게 흥분하죠? 말이 그거예요. 가만히 있다가도 어떤 말이 생기면 그 감정이 생겨요. ‘슬픔?
아, 내가 슬프구나.‘ 슬퍼서 슬픔이 아니라, 슬프다고 말을하니까 슬퍼지는 거죠.
인간은 말을 떠나서 존재할 수가 없어요. 북극의 에스키모에게 낙타라는 말이 있겠어요? 없지. 말이 없으면 사물도 없어요. 거꾸로, 낙타가 있는 더운 지방에 눈이 있겠어요? 없지. 눈이라는 말도 없어요. 그러니까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이 없는거예요.

칸트가 어느 날 산책을 하는데 뒤에서 쫓아오던 종이 울어요. "주인님, 하나님을 여태 믿고 살았는데, 없다 하시니 너무 슬퍼요." "그래? 그럼 있다고 해줄게" 하고쓴 게 《실천이성비판》이에요.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이 사랑한다면 신이 필요하다.
순수이성이 진이고, 실천이성이 선이에요. 마지막 미가 판단이성이에요. 제 눈에 안경이라고 누군가를 보고 반하는것, 그것은 자신의 미적판단이거든. 어려운 게 아니에요. 그러니 그 세 가지 범주를 섞지 말고 분별해서 사고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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