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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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세가 나을까, 누운 자세가 나을까? 나는 그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징조를 눈여겨보지 않고 무심히 넘기는 게 안타깝다. 감각을 열어 일상에서 만나는 징조에 더예민해져야 한다. 내 병도 지나고 보니 하나의 징조였다.
12번 아르카나인 매달린 남자와 조우할 징조. 그때처럼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발버둥 치지 말고 기다리는 게 답이다. 거꾸로 매달린 사내처럼 내게 강제로 주어진멈춤의 시간을 성찰의 기회로 삼으면서 말이다.

자크는 모든 동작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가령음식을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먼저 냄새 맡기. 오랫동안 천천히 씹으면서 맛을 음미하기. 소화 기관을 타고 내려가는음식의 움직임을 느껴 보기. 몸속으로 들어온 공기가 폐를부풀리고 콧구멍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지각하기. 발이 땅에 닿을 때의 감촉을 느끼며 걷기. 하나의 대상에 시선을 집중해 보기,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주변 세계를 바라보기. 사물을 대할 때 경중과 가치를 따지거나 비교하지 말고 세계라는 작품의 구성 요소로 받아들이며 온전히 그것의 형태와 특징을 음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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