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가족 폐지론자들은 자기 가족을사랑한다. 흔히 어떤 사회 시스템에서 불쾌한 경험을했던 사람, 그리고 그 시스템에 대한 사랑만이 아니라다른 감정 역시 느끼는 사람들이 그걸 전복하는 운동을 시작한다는 건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이 불우했음에도 자기 가족을 사랑하는 건 (예비)가족 폐지론자들에게서 상당히 전형적으로 찾아볼 수있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가족 폐지론자는 자기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의 행복을 빌고, 그들에게 절실한 돌봄을 제공하는 문제에 관해서라면 이 세상에 가능한대안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자신과 자기 가족이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자기 가족을 사랑하는 건 누구에게든 문제일 수 있다. 가족을 벗어나고싶어하는 가정폭력 생존자들에게는 추가적인 족쇄가될 수 있고(특히 상업화된 주거에서 도망친 사람들에게 자본주의가 가하는 경제적 처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내가 보기에 가족이라는 종교는 가족이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하리라는 빛나는 희망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게 아닌가싶다. 우리는 확실한 소속, 신뢰, 인정, 충만의 가능성을 붙잡으려고 한다. 가족이라는 꿈은 안식처에 대한꿈과도 같다. 굶주림이나 구속과는 정반대되는 무언가. 관용적으로, 어떤 사람이 "가족 같다"는 말을 하는건 가능한 한 가장 강렬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너는 내 거야, 나는 너를 사랑해. 우리는 운명이야."
이보다 더 강한 은유는 없다! 그런데 어째서 이 은유를 사용하는 걸까?
톨스토이는 "모든 행복한 가족은 고만고만하게 행복하고, 불행한 가족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그럴듯한 문장으로 자신의 역작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슐러 르 귄이 "훌륭한 첫 문장이라고 인정하듯이, 좋은 말이다. 너무나 많은 가족이 극도로 불행하다! 그리고 이 심각한 불행은 고유하게 체감된다. 자본주의의 구조가 그렇듯이, 그 구조적인 특징이 멀리서 보면 교묘하게 뭉개져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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