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에 따르면 중년에 접어들며 인생이 생각보다형편없이 짧다는 것을 깨달은 두 명의 현자가 있었으니, 어느 맑은 봄날, 한 명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충실하게 살자"라고 결심했고, 다른 한 명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자유롭게 살자"라고 작정했다.
훗날 그 둘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 첫 번째 현자의 제자들이 말하길, "스승님은 충실하게 사는 것은 남의 눈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두 번째 현자의 제자들이말하길, "스승님은 자유롭게 사는 것은 남의 눈에 개의치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하셨습니다."

노배우가 말했다. "스타가 된다는 건 물이 얼음이 되는 것과 같아. 본질은 같고 잠깐의 변화만 있는 거라고 언젠가 얼음이 상온에 노출되어 다시 물이 됐을때 ‘아, 이 물은 예전에 얼음이었지‘라며 누가 알아줄 것 같나? 그저 물일뿐이지."

홍어 명인이 물었다.
"남도에선 큰 집안일이 있을 때 홍어를 상에 올리는데,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잔칫집 홍어와 상갓집홍어의 차이를 아십니까?"
"글쎄요. 맛이 다른가요? 분위기 탓일까요?"
"잔칫집 홍어는 미리 날을 받아놓고 품질이 좋은 걸찾아 충분한 시간과 정성으로 삭히니 맛이 좋지만,
상갓집 홍어는 갑작스럽게 구해 급히 올리는 것이니 맛있기가 힘들다는 얘기죠."
슬픈 일은 느닷없이 닥친다는 걸, 홍어로도 배운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은 인성 교육 이야기를 들려준다.
"종이에 사람을 그리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쁜말을 하며 종이를 구겨보세요. 이제 좋은 말을 하며종이를 다시 펼치세요. 어때요. 구겨졌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죠? 그래요. 나쁜 말을 하고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않는답니다. 그러니까 친구한테나쁜 말을 하면 안되겠지요?"

팬데믹 초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어렵사리손에 넣었던 마스크 한장을 친구에게 주었더니 진심으로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잊히지않는다. 오늘 내가 그에게 마스크 몇십 박스를 보낸다 해도 그때처럼 감동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가치란 그런 것. 급격하든 완만하든 상황과 시절에 따라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니 지금 내가 귀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

농구 경기 중간엔 시계가 시시때때로 멈추지만, 축구 경기 도중엔 시계가 멈추지 않는다. 시간을 다루는 두 가지 방식이 흥미롭다. 인플레이가 아니면 유의미한 시간으로 세지 않겠다는 농구의 논리와, 시간은 좌우지간 흐르는 것이고 인플레이가 아닌 순간은 추가 시간으로 보상하겠다는 축구의 논리. 물론 실세계에서 시간은 멈추지 않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고 나중에 보충해주지도 않지만, 때론 생각한다. 우리 삶에도 농구 혹은 축구의 방식으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택할지.

둥글어진다는 건 무뎌진다는 걸까. 아니, 뾰족했을때보다 더 많은 것을 섬세하게 느낀다는 거겠지. 2차원에서 선으로 그린 땅 위를 별 모양이 구른다고 생각해보자. 별 모양은 뾰족하게 튀어나와서 땅 위에닿는 부분과 아예 안 닿는 부분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닿는 부분은 무척 민감하지만 안 닿는 부분은 한없이 둔감할 게다. 반면 둥근 원이 구를 땐 모든 부분이 빠짐없이 닿으며 땅 위의 전부를 느낄 테니, 무릇 뾰족한 사람을 두려워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어려워하라. 사실 그는 모든 걸 파악하고 예민하게주시하는 이다.

전염병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의이야기를 다룬 기사, 그 아래 달린 두 가지 댓글.
하나는 "너희만 힘든 게 아니다."
또 하나는 "남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상황을 해석하는 다른 마음. 후자의 마음을 지니고 싶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 자신을 다루는 법을 조금이나마 더 잘 알게 되는 것. 게으르고 괴팍하며 소심하고 엉뚱한 자아를 어르고 달래면서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가는 것. 한심하기도 안쓰럽기도 섬뜩하기도 답답하기도 한 나, ‘이것도 팔자인데 어쩌겠니.‘
하는 심정으로 마침내 인정하고 동행하는 것. 너나나나 고생이 많다. 나 때문에 너도 참 고생이 많다.

부작용

매일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는 현인의 말을 듣고,
매번 이 식사가 인생 마지막 끼니인 것처럼 먹게 되었다.

자유

한번 홀딱 젖고 나면
더 젖을 수는 없다.
그때부터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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