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바구니에 담긴 귤을 가리키며 공짜니까 가져가라고 했다. 귤들은 푸릇했고 점무늬가 있기도했지만 싱싱해 보였다. ‘비닐봉지 제공 불가. 손에쥘 수 있는 만큼만 욕심내기‘라고 안내문이 쓰여 있었다. 나는 누가 비닐봉지까지 달라고 하냐고 사장에게 물었다. 아주 양심이 불량하네, 하고, 맞장구를 칠 줄 알았는데 사장은 주방 쪽을 향해 "패마농주문허카 말카?" 하더니 "네네" 하고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들이 있고 그런 게 사람이죠."
- 김금희, <복자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