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면서 한 가지 후회하는 게 있다면 스스로를 너무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았다는 것이다. 의사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살면서 나는 늘 의무와 책임감에 치여 어떻게든 그 모든역할을 잘해 내려 애썼다. 그러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놓쳐 버렸다. 그러다 22년 전마흔세 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없으면 집안도 병원도 제대로 안굴러갈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세상은 나 없이도 너무나 멀쩡히 잘 굴러갔다. 2014년 병원 문을 닫은 이후에는 그렇게나 많은 지인들도 다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그제야 나는 내 곁을 지켜 주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내가 놓쳐서는 안 될 인생의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당신은 부디 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너무 닦달하지 말고, 매사에 너무 심각하지말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화장실 문을 바라보는 대신 발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발을 한 발짝 천천히 떼었다. 신기하게도 발이 움직여졌다. 발을 쳐다보면서 다시 한 발짝 움직였다. 그렇게 한 발짝한 발짝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화장실에 도착해 있었다. 보통 때면 2초 만에 갈 수 있는 화장실을 가는 데 5분 넘게 걸리긴 했지만 도착해서 볼일을 봤으니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아, 한 발짝이구나.‘
내가 가려는 먼 곳을 쳐다보며 걷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발을 쳐다보며 일단 한 발짝을 떼는 것, 그것이 시작이며끝이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 경험상 틀린 길은 없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면 그것은 더 이상 실패가 아니었고, 길을 잘못 들었다 싶어도 나중에 보면 그 길에서 내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배움으로써 내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 때론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때문에 화가 난 적도 있지만 분노의 힘이 나를 살게 한 적도 있다. 그러므로 가장 빠른 직선 코스로 가야 한다는강박관념만 버린다면 한 발짝을 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이유는 없다. 남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 봐야 그 기쁨을 같이나눌 사람이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슬픈 일이다.

차를 대고 한 시간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있곤 했다.
가족들에게는 차가 밀려 귀가가 좀 늦어질 것 같다는 거짓말을하고선 말이다. 나는 그녀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삶을즐기는 것은 ‘~해야 한다‘는 말을 줄이고, ‘~하고 싶다‘는 말을늘려 나가는 것이 그 시작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못 당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의무감과 책임감만으로 살아가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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