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미쳤다며 모두 반대했지만 아버지(김혜자의 부친 김용택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대한민국 2호 경제학박사이며, 미군정 시절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는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유명한 배우의 한마디는 어떤 정치인이나 학자 못지않게 영향력이 있다. 찰리 채플린을 봐라. 웃기는 짓을 하는 것 같지만그 사람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아니? 좋은 배우가 되거라.
좋은 배우가 되면 톨스토이나 셰익스피어처럼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라. 그리고 책을 많이 읽어라."

그때도 나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넘어졌습니다. 넘어지면서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왜그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늘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니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님, 나한테 왜 이러세요?‘라고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모드는 참 귀여운 여자입니다. 동물원 같은 데 가서 물범을보면 "저거 훔쳐다가 바다에 풀어 주자."라고 하는 여자입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모드는 평상시의 김혜자와 똑같아."라

나는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으니까 할 뿐입니다. 이것이가장 좋고, 언제나 가슴이 뛰니까. 그리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니까 합니다. 예를 들어 연극을 할 때, 어제의 공연을 마치고 오늘 아침 대본을 다시 읽으면 "아!" 하고 깨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제의 관객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들 때가 많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어제는 이것을 느끼지 못하고했는데………. 어제 왔던 사람들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그럴 정도로 날마다 무엇인가를 발견합니다. 처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연기를 계속하다보면 그때까지는 모르던것을 알게됩니다

나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대사를 백 번도 더 읽습니다. 아까했던 것과 지금 하는 것이 다르니까. 아흔아홉 번째 했을 때는몰랐던 것을 백 번째 했을 때 느껴지는 것이 있으니까 읽을수록 느껴지니까 대본을 계속 읽고 싶어집니다. 잘 쓴 대본은 읽을수록 깊어집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을 때처럼, 건성으로 읽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연극을 할 때 특히 그것이 두드러집니다. 연극은 미리 대본을줍니다. 1년 전에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계속 그 대본을읽습니다. 보는 사람은 그게 그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다른 감정인지 알기 때문에 날마다 대본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계속 새로운 것이 찾아지니까 다른 것을 찾으려고애씁니다. 그러면 꼭 보입니다. 처음부터 다 느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가 미처 느끼지 못하고 쓴 것까지도 배우는 느껴야 합니다. 그것이 이름난 배우를 쓰는 이유 아닐까요? 작가가 쓴 것보다 더 무엇인가 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꽃을 피우기 전에 꽃나부가 수많은 잔뿌리로 수액을 끌어모으듯이 무슨 이유가 있어서 신이 나를 살게 하실 텐데, ‘하루하루를 죽이는 삶을 살지않겠다‘라고 자주 마음먹습니다.

이제는 슬픈 이야기도 웃으면서 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펑펑 울고, 심각한 장면은 내내 힘주며 했습니다 그것이지난날의 연기였다면, 연기를 계속하면서 배운 것은 힘을 빨때 정말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사실 힘을 빼는 게더어렵습니다.
‘눈이 부시게」에서 ‘등가교환‘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수 손호준)가 자고 있을 때 인터넷 방송 채팅방에 들어온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장면에서는 정색하고 말하면 안 됩니다. "니네들 그렇게 살다가 나처럼 된다" 이 말을장난처럼 툭 던져야 합니다. 무방비상태에 있던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졸고 있다가 잠결에 들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그 대사를 한 백번쯤 연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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