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책은 문명의 정신적 토대요,
원동력이지만 문명 붕괴의 원흉으로 비화될 수 있는 한 야누스, 공감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는 말한다. 오늘날 가속화하는 혐오와 분열은 타인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서라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감은 만능 열쇠가 아니다.
오히려 공감을 깊이 하면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우리의 편가르기는 내집단에 대한 과잉 공감에서 온다. 대체 무슨 말인가? 공감은 일종의 인지 및 감정을 소비하는 자원이므로 무한정 끌어다 쓸 수 없다. 따라서 자기가 속한 집단-그것이 종교적 집단이나 정치적 집단이든 아니면 혈연 집단

호모 사피엔스의 특별한 공감력이란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점점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내집단편향을 만드는 깊고 감정적인 공감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향하는 힘으로 보아 공감의 구심력‘으로, 외집단을 고려하는 넓고 이성적인 공감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힘으로 보아 공감의 ‘원심력‘으로 부르고자 한다. 공감의 구심력과 원심력은 서로 투쟁하고 있으며 어느 쪽이 강화되느냐에 따라 우리 문명의 흥망성쇠도 영향을 받는다. 나는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문명의 위기를 해결하는 정신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감이 미치는 반경을 넓혀야 한다고, 즉 공감의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깊이가 아니라 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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