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잘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하고자 하는 마음 말이다." 그 말은 오랜 세월이 지나 녹이 슬어 이제 낡은 욕실의 장식장 안에서도 발견된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예전처럼 먹어야 하니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어서 만든다. 그리고 그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나는 나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정성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피곤하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무쪼록 나는 여기서 사는 데까지 잘 먹고 잘 살아 볼 작정이다.

세상을 원망하지 말 일이다. 사람이 아니라 장소에 홀리는마음이 뭐가 문제 되겠는가. 특별한 장소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쏟아져 내리는 태양 아래 환하게 드러난 이곳. 밀양의 또 다른 변방의 변방. 은밀 속의 은밀. 여기는 당분간 나의 위험한 안식처가 될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이곳을 배회할 것이며, 이곳의 풍경처럼 고요히 늙어갈 것이다.

"벌에 쏘인 일로 찾아와도 되나요?"
간호사는 당연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럼요, 당연하지예. 시골 보건소에서 성형 수술이나 암수술은 안 됩니다.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거나 하면 당연히보건소로 많이 옵니다. 사소하다 생각 말고 무조건 오이소. 올일이 없으면 가장 좋긴 하지만예."
아, 이 얼마나 정확하고 따뜻한 배려가 느껴지는 말인가.
덕분에 미안해하지 않고, 천원 남짓으로 주사를 맞고 3일 치약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건소라는 곳은 병원보다 따뜻한 곳이고, 효과도 더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보건소에서는 정신적 치유가 함께 제공된다는 것도

뜬금없다. 노후 대책이란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아두었는가가 아니라, 현재의 씀씀이를 얼마나 줄이는 연습을 하고 사느냐 밖에 없다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목탁소리가 멀리 들리지 않는 이 바위에 앉으면 삶의 태도에 관한 이런 말들이 불쑥불쑥 생각이 난다.

가령 "시골은 인적 드문 곳이니까, 환경에 눈을 두고 살아야지 사람에게 눈을 두고살면 오래 살 수가 없다"라는 삼촌의 말은 씨앗처럼 단단하고 뭉클하다. 이모는 꽃의 태생과 이름을 알려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예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예쁘게 볼 줄 알아야 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처럼 이모는 시처럼 읊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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