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내가 쓰던 노트북을 집어 들고는 "오늘 이건 내가 가져가마"라고 조용히 말했다. 프로 데뷔골에 대한 인터넷 반응을 구경하면서 웃으며 잠들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흥민아. 축구선수한테 제일 무서운 게 교만이야. 한 골 넣었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아. 지금 네가 할 일은 다음 경기 준비야. 내일 보자"라면서 방을 나가셨다. 갑자기 방이 휑하게 느껴졌다. 분데스리가 데뷔골의 감흥을 즐길 방법이 전혀 없었다. 최근에야 아버지는 그때 이야기를 하신다. 싸구려 호텔 방으로 돌아가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도를하셨단다. "하느님, 흥민이가 오늘 하루만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해주세요"라는 기도, 아들의 프로 데뷔골에 대한 기쁨보다 어린 내가자만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 것이다.
아버지와 구단은 경기가 끝나자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제외한모든 언론 인터뷰를 금지시켰다. 어린 나를 들뜨게 해선 안 된다는것이었다. 인터넷 반응은 구경도 못 한 채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감았다. 골을 넣었던 상황이 자꾸만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