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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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는 그 의미에 몰두한다.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 우리 각자는 모두 페스트를 지니고 스스로 유폐되어 죽어간다. 나를 꼭 가둔 채 그 무엇도 정해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건너가지 못하게 내 발목을 잡는 것은 모두 페스트다.
정해진 마음, 정치적 진영, 종교적 독선, 편견과 고정관념 등등이또 다른 페스트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이런 것들을 넘어 어디론가 건너가는 활동력을 회복해 자유를 누리는 것이 페스트에맞서는 인간의 투쟁이다. 인간으로 존재하려는 자들이 갖춰야하는 자격이다.

긴장하지 않고 관념에 갇히면 게으름 피우다 쉽게 죽는다. 『페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미셸과 리유가 만드는 거리 사이에 존재한다. 성스러운 얼굴을 하고 관념에 심히 갇힌 사람으로는 파늘루 신부가 있다. 신은 관념의 우두머리다. 파늘루 신부는 "페스트에도 그것대로 유익한 점이 있어서 사람의 눈을 뜨게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고 여긴다". 정해진 관념으로 해석하면 병고도 유익한 점이 있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정해진 마음도 유익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관념에 갇히면 보지 않고 판단한다. 보는 것은 세상이 내게 밀려들어오도록 자신을 무방비 상태로 활짝 여는 일이다. 자신을곧게 세우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지지대들은 하나도 남기지않는다. 하지만 판단하는 것은 지지대에 기대어 그 너머의 세상을 단정하는 일이다. 카뮈에게 가장 강력한 지지대는 신이었다.
타루가 묻는다. "선생님은 신을 믿으시나요?" 리유가 말한다. "믿지 않습니다." 신을 믿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리유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어둠 속에 있고 거기서 뚜렷이 보려고 애쓴다는 뜻입니다." 지지대가 되어줄 관념을 버린 인간은 숙명처럼 어둠의혼란 속에서 무언가를 뚜렷이 보려고 애쓸 뿐이다. 죽어 있는 관념을 말하는 대신 "임종하는 자의 숨소리"를 뚜렷이 들으려고 애쓴다. 이것이 페스트와 싸우려는 의지를 가진, 긴장하는 인간의모습이요 인간적인 투쟁이다.

인간은 온전히 자기가 되는 순간 신성을 경험한다. 자기 안에서 스스로 신이 됨으로써 그는 자기만의 신화를 일구는 주인으로 이 세계에 등장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라는 첫 구절은 나는 나로 살아야 존재의 완성을 경험한다는 확신을 알려주는 웅변이다. 인간은 흔히 인간으로 완성되는이 길에서 우왕좌왕하고 좌절한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방황하는 길 위에서 "너는 누구냐?"라는 환청에 시달린다면, 오히려괴로워 말라. 이는 병이 아니다. 신이 되어가는 고단한 여정에서 스스로 내리는 축복의 성스러운 종소리다.

.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고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해야 하는 것을 하기가 더 쉬울까요, 하고 싶은 것 하기가 더 쉬울까요? 해야 하는 것 하기가 더 쉽습니다. 정해져 있는 것은 숙고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자기가 바라는 것은 자기 안에서 솟아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것을 헤세는 두려움이라고 표현했어요.

. "사람은 늘 물어야 해. 늘 의심해야 하는 거야. 나방이 별이나혹은 그런 무언가에 제 의지를 쏟으려고 했다면 그건 이룰수 없었을 거야. 다만 나방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거지. 오로지 제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 제게 필요로 하는것, 꼭 가져야 하는 것만 찾아.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일도 이루어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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