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증명하는 실제 사례가 바로 덴마크에서 시작된 ‘사람 도서관(Human Library)‘이다. 다른 도서관처럼사람들은 이곳에서 무료로 자유롭게 책을 빌리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반납한다. 차이가 있다면 이곳에서는 책이 아닌 ‘사람‘을 대여해준다는 점이다. 소수 인종부터에이즈 환자, 이민자, 조현병 환자, 노숙자, 트랜스젠더,실직자 등 다양한 사람이 그들의 값진 시간을 자원한 덕에 이 도서관은 유지된다. 그리고 다른 도서관과 차이점을 한 가지 더 꼽으라면, 대여 기간이 며칠 혹은 몇 주가아닌 30분가량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 도서관 뒤편의 서고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곳에서 ‘책‘들은 자신을 대여할 사람을기다리며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트랜스젠더와 조현병 환자가 이야기꽃을 피우고 무슬림과 유대인은 친구가 된다. 그들 또한 도서관 밖에서 자신과 다른세계를 살아가던 이를 만날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삶을 알아가고 서로에게 공명한다. 나는 마치 사람 도서관처럼 내 환자들과 다른 사람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책이라면, 세상에 내놓을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PTSD 환자는 흔히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곤 한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착한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실제로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권선징악의 논리를 교육받는다. 그래서 끔찍한 일이 발생했을 때, 트라우마의 피해자는 ‘내가 뭔가 잘못해서, 내게 문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라며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린다. 그런 환자가 ‘그일은 내 탓이 아님‘을 깨닫도록 돕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매우 보람 있는 일이다. 학대와 트라우마의 기억을딛고 마침내 두 발로 일어서 자기 삶을 뚜벅뚜벅 이어가는 환자를 볼 때마다 나는 옛 시의 한 구절처럼 콘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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