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의 인문 여행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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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속해 있는 집단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를 알기 위해서는 타인과 다른 집단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일상 속에서는 나와 극명하게 ‘다른’ 존재들을 만날 일이 별로 없다. 여행을 떠나야 낯선 세계 속에 던져짐으로써 나와 다른 존재들을 마주할 수 있다. 가령 인도는 한때 한국 여행자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여행지로 떠올랐다. 그곳에서 매일 명상과 요가를 하며 새로운 자신을 만났다고 극찬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마음 수련한 것만으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일까? 나는 그들이 호텔 안에만 있지 않고 인력거와 자전거, 오토바이와 삼륜차, 크고 작은 자동차의 매연과 경적 소리가 뒤엉킨 거리를 헤쳐 나가 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타지마할 같은 찬란한 경관만이 아니라 시장에 가서 모양, 색깔, 심지어 냄새마저 각양각색인 물건을 만나며 흥미로운 차이를 발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그들이 만난 낯선 일상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

여행서들을 읽으며 중요한 것이 간과되어 있음을 확인하곤 한다. 여행지에서 낯선 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지리의 문제가 별로 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에’ ‘어디로’의 문제가 소홀하게 다루어질 때마다 나는 의문이 든다. 낯선 장소와의 조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과연 성찰이 가능할까? 낯선 장소를 어떻게 만나는지에 따라 성찰의 깊이도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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