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한어에는 과거나 미래를 표현하는 방법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들은 현재에 집중해 자신의 직접 경험만을 표현한다. 이러한 언어 습관은 삶의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피다한족은 도구도, 예술작품도 만들지 않고, 음식을 보존하지도않는다. 그러니 필요한 도구는 즉석에서 만들어 쓰고 그만이다. 보존한 음식이 없으니 한참을 굶기도 한다. 신화나 구전이야기도 없고, 장례식이나 결혼식 같은 의례도 없다. 그러니 기독교를 포교할 수도 없었다. 에버렛은 피다한족이 직접 체험하지 않은 다른 문화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에게 주어진 경험과그에 맞춰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절대적으로 만족한다고 전한다. 그러니 미래에 갚아야 할 부채 관념도 없었고 따라서 갚아야 할, 혹은 받아야 할 빚도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인간이 의식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고양시키는확실한 능력이 있다는 것보다 더 고무적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림 한 점을 그리고 조각상 하나를 조각해서 아름다운 작품을 몇 개 만들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주변의 환경과 우리가볼 수 있는 수단을 조각하고 그리는 것은 더욱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장높은 수준의 예술이다. (…)

우리의 삶은 자질구레한 디테일 때문에 조금씩 낭비된다. 정직한 사람이라면 계산하기 위해서열 손가락 이상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극단적인경우라도 발가락 열개만 추가하고 나머지는 하나로 뭉뚱그려도 된다. 간소함, 간소함, 간소함!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두세 개가 되게 해야지 백 개, 천 개가 되게 하지 말라. 백만이 아니라여섯을 세고, 당신의 계산을 엄지손톱에 적어라. (…) 간소화하라, 간소화하라. 하루에 세끼가 아니라 꼭 필요하다면 한 끼만 먹어라. 백 가지가 아니라 다섯 가지 요리면 된다. 다른 일들도 이런 비율로 줄여라.

소로는 우리가 하는 일을 두 가지로 나눈다. 아름다운 그림이나 조각상 그 자체를 만드는 것과, 이를 둘러싼 환경과 이를보는 방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으로, 그리고 후자가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환경과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바로단순화이고 간소화다.
소로는 불과 몇 줄을 사이에 두고, 간소함simplicity 간소화simplify를 세 번 두 번 반복해서 외친다. 이 부분에서는 왠지 소로가 침을 튀기며 웅변을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제발! 간소하게 살아라!" 하고, 소로는 문명에 대항해서 개인의고유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믿었다. 우리의 고유성이란 대체로 사소하고, 잘 들여다보지

언제나 그렇듯 소로의 특이한 삶의 방식을 따라 하는 것이중요한 게 아니다. 소로는 밥을 세끼 먹지 말고 한 끼만 먹으라고 주장했다. 나는 세끼에다가 간식이며 디저트까지 챙겨먹어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따르고 싶은 건, 끼니를 건너뛰거나 아무것도 없는 거실 풍경을 만드는 미니멀리즘이 아니다. 소로의말처럼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으로 삶을 고양시키는 것이다. 물건을 없애는 것도,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도 삶의 맥락과 환경을 의식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면 된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소유해야 할 물건이나 해야 하는 일도 따라서줄어들 수 있다.

내가 배우고 싶은 건 이 과정이다. 이 과정을 따른다면 무조건 새로운 진리를 따라 나의 일상을 바꿀 필요가 없다. 마치 커피나 와인의 논쟁처럼 말이다. 커피나 와인이 몸에 좋을까 아니면 해로울까? 내생각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하루 한잔의 커피나 와인은 몸에 좋다는 연구들이 있지만 결국 커피는 카페인이고 와인은 알코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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