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다룰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예로 들어본다. 우리는이 소설에서 주인공 로다의 범죄와 처형이라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당시 러시아 사회와 인간의 심리를 다룬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당시 러시아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주인공의 하숙집, 거리, 다리 등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주인공 로다를추적하는 예비 판사의 수사 기법은 오늘날 경찰에게도 좋은 참고자료다. 그뿐인가, 마치 소설가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살인자의 심리가 생생하고 뛰어나게 묘사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는 추리를 해가며 읽어야 하는 탄탄한 전개도 재미나지만, 작가가 즐긴 음악과 책이 끝도 없이 등장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글 속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다 보면, 소설이라는 장르가 주는 즐거움에는 텍스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실감한다. <해변의 카프카>를 읽으면서 우리는 하루키가 영위했던 낭만의 시대를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