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앞부분을 이루고 있는 인터뷰에서 그는 "어찌 보면 세상모든 일이 번역일지도 모르죠"라며, 세상의 일들과 번역이 같은이치에 닿아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피력하는데, 나는 슬그머니 ‘세상 모든 일‘이라는 말을 서점 일‘로 바꿔놓는다. 서점 일전체를 번역에 빗대는건 순진한 생각일지라도, 적어도 ‘책을 분류하는 일만은 번역과 유사한 프로세스를 갖지 않나. 저자의 작품이 독자의 시선에 닿을 수 있도록 텍스트를 해석하고 분류하는작업과, 출발어(외국어 화자의 작품) 도착어(독자의 언어로 바꾸는 번역의 작업이 닮았다고 보는 건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파스칼 키냐르가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을 때 아침이란 이런 의미였을까. 막다른 밤을 보내고 나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는 뜻에서, 매일 어떤 한계 앞에 멈춰 서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서 완전함에 도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지니라는 의미에서.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는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를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정의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람으로 인정받는 일‘(사람)과 자신만의 ‘사회적 영토를 얻는 일‘(장소), 그리고 ‘환대‘. 앞의 두 조각은 환대라는 세 번째 조각을 통해 연결된다. 수년 전 처음 읽었을 땐 흥미로운 책이라는정도로 생각하며 빠르게 훑고 말았는데, 무례함과 친절함 사이에서 허우적대던 와중에 다시 읽은 책은 자기계발서가 좀처럼다루지 않는 인간관계에 대한 심층으로 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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