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첫눈 같은 순간이 있는 거라고 유진은 생각했다. 소란스럽던 일상이 일순간 고요해지고 나풀거리듯 변화가 시작되는때가 있다. 실패와 균열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지난날이 첫눈으로 하얗게 덮이고 나서야 드러나는 인생의 윤곽이 있다. 뾰족하게솟은 전나무 끝부분도 눈으로 뒤덮이면 둥그렇고 하얀 눈꽃 나무로 변한다. 그제야 이해되지 않던 고통스러운 시간은 의미를 가진풍경이 된다. 그런 시간이 지나야 새하얀 언덕에서 스노보드를 탈용기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고 유진은 생각했다.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에요. 음식처럼 마음의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지난날의 저처럼 번아웃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음을 돌아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나가서 사람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됐으면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퀸스를 졸업할 때 제 미래는 곧은길처럼 눈앞에 뻗어 있는 듯했어요. 그 길을 따라가면 수많은 이정표를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했죠. 이제 전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그 모퉁이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 길모퉁이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아주머니,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까 궁금하거든요. 어떤 초록빛 영광과 다채로운 빛과 어둠이 펼쳐질지, 어떤 새로운 풍경이 있을지, 어떤 낯선 아름다움과 맞99닥뜨릴지, 저 멀리 어떤 굽이 길과 언덕과 계곡이 펼쳐질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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