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숲으로 들어간 이유는 삶의 빛나는 정수만을 간절히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나는 삶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삶이란 그토록 소중한 것이기에. (…) 나는 삶의 골수 깊은 곳까지 모조리 빨아들이고 싶었고, 스파르타인처럼 강인하게 살아가며, 삶이아닌 것은 모조리 제거해 버리고 싶었다.

걷고 또 걷다 보면, 내 열망과 걱정으로부터, 내 슬픔과 집착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된다는 점이 좋다. 발바닥이 아플 때까지, 목이말라 물을 찾게 될 때까지 걷다 보면, 어느덧 나를 괴롭히던 그 문제가 넘지 못할 산이 아니라 내가 집착하던 나 자신의 욕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만 같았던 세계를 한없이 낯설게, 끝없이 설레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산책의 또 다른즐거움이다. 단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사이일지라도, 우리가 이 드넓은 세상에서 무려 한 번이나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의 행복을 빌어준다면, 스쳐 지나가는 행인이었던 우리는 저마다 아름답고 소중한 타인으로 변신한다. 산책을 하면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울수록, 나는 단 하나의문제에 집착하던 마음의 시선을 내려놓고 정신의 근육을 이완시킬수 있게 된다. 산책은 오직 ‘내 고민, 내 생각에만 빠져 있던 뇌를더 깊고 풍요로운 사유의 바다 속으로 밀어주는 산들바람 같다.

소로는 고향길을 산책하며 매일 새로운 전망을 얻는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매일 오후 산책을 할 때마다, 그는 세상을 향한 새로운 전망을 얻게 된다고 했다. 오후의 산책은 언제나 어김없이 소로를 낯설고도 신기한 나라로 데려다주었다. 처음 마주치는 낯선 농가가 위대한 왕국의 영지처럼 특별해 보이기도 하고, 작년 이맘때보았던 야생화가 정확히 같은 날짜에 작년과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피어나 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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