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아델에게 머무는 엠마의 시선과 미소 속에 호기심의 감정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단 아델은 엠마보다 더 어렸고, 동성애자들이 드나드는 클럽에서의 기본적인 매너도 전혀 몰랐다. 그러나 클럽에 들어선 이 낯선 존재, 그곳에 늘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아델의 모습이 엠마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이 만남에서 주목할 점은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미지의 낯선 사람에게서 이상하리만큼 친근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그런 순간이 아니라, 자기와 완전히 다른 사람을 향해 다가가려는 욕망을 품는 순간이다. 비록 그 ‘다름’이 친근하게 느껴지지는 않을지라도 말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가깝고 편하게 느껴지는 존재들 뿐 아니라 낯설고 생소한 존재들에게도 매혹을 느낀다.

나는 내 시선과 다른 관점을 지닌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사르트르는 타자성이 몰고 오는 이 괴로운 경험을 규정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 "타인이 나의 세계를 훔친다." 이 경험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관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시각이 계속 바뀌는 상황이 반드시 뒤따른다. 타자성에 대한 이런 발견은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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