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구텐 백
백경학 지음 / 푸르메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내의 교통사고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을 다시 얻게 되었다. 새삼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 하나는 우리 주위에는 선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접하는 소식은 대부분 어두운 것들이었고 나 역시 기자 생활을 하면서 밝고 아름다운 기사보다는 어두운 문제점을 파헤치는 기사를 주로 썼던 것 같다. 어머니께서 살아생전 "잠만 깨면 접하는 무서운 소식으로 눈뜨기가 겁나는데, 네가 쓴 기사도 그 못지않게 무섭더구나"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하지만 재단 활동을 하면서 세상에 악한 사람보다는 아름답고 선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매일매일 절감하게 되었다.

총장님은 "절대로 부자가 앞장서 어렵고 불쌍한 사람을 돕지 않습니다. 겨우 먹고 살 만한 사람이나 살기 어려운 사람이 오히려 흔쾌히 이웃을 돕는 법입니다. 거절당했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다섯 번은 두드려야 마음이 움직이는 법입니다" 라며 나를 위로하셨다. 그날 나는 총장님께 마음속으로 큰절을 올렸다.

자네 이름이 뭔가? 무엇을 하기에 앞서 자네 자세부터 고치게. 고개를 꼿꼿이 들고 허리를 곧추세우게. 늘 바른 자세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게!" 많은 문답이 오갔지만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함석헌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거목이 지적하셨던 ‘바른 자세로 바른 생각을 하라’는 말씀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그날 이후 함석헌 옹을 직접 대면할 기회는 없었지만 그날 하신 말씀은 이후 내 삶의 좌표가 되었다. 소련 쿠데타 때 파견돼 내전 상황을 기사로 쓸 때, 강원도 백담사에 은둔했던 전두환 씨를 취재하기 위해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서 벌벌 떨 때, 국내 최초로 하우스맥주 전문점 ‘옥토버훼스트’를 만들기 위해 투자 설명회를 하러 다닐 때, 푸르메재단 설립허가를 위해 발바닥에 땀 나게 뛰어다닐 때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마다 "고개를 꼿꼿이 들고 허리를 곧추세우라"는 그 말씀이 화두처럼 내 가슴을 때렸다. 넘어질 때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나는 벌떡벌떡 일어날 수 있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그와의 향기 나는 만남을 되새기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