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글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아 내가 버린 과거라는 고통의 파편들을 다시 주워 모았다. 산산조각 난 내 인생이라는 종의 파편 하나하나마다 맑은 종소리가 난다는 사실은 내 인생의 고통을 소중하게 여기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법정스님께서는 "종이 깨어져서 종소리가 깨어져도 종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아무리 깨어진 종이라도 종소리를 울리는 한 종이라는 말씀이다. 내가 아무리 못나도 못난 그대로 나 자신이라는 뜻이다. 스님께서는 또 "종소리에는 종을 치는 사람의 염원이 담겨 있느냐 안 담겨 있느냐가 문제"이며, "종 치는 사람의 염원이 담겨 있다면 그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 전달된다"고도 말씀하셨다.

우리 선조들은 종 밑에 항아리를 묻었다. 지금도 영주 부석사(浮石寺)와 남해 금산 보리암(菩提菴)에 가보면 범종 밑에 항아리가 묻혀 있다. 그 항아리는 제 몸을 통과하는 고통의 종소리를 맑고 아름답게 여과시키는 음관의 역할을 한다. 내가 이 시대의 종이 되지 못한다면 종 밑에 묻힌 항아리라도 되어야 한다. 우울한 이 시대의 종소리를 맑게 변화시키는 음관의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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