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의 사람’이라고 생각해본다. 길이 끝난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끝까지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 나중에는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 그런 절대적 사랑을 지닌 사람, 그 사랑으로 우리 삶에 희망이 되는 사람…….
인생의 그늘은 순간적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한테 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다. 내게 그늘이 없다면 나 자신조차 쉴 곳이 없다. 나무가 겨울이라는 혹독한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여름에 그늘을 드러내듯 나 또한 절망이라는 세월을 견뎌낸 자세로 그늘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나무 그늘에 앉아 편히 쉬듯 다른 사람이 내 삶의 그늘에 앉아 편히 쉴 수 있다.
물론 우리의 삶은 그늘과 햇빛이라는 양면성 속에 존재한다. 햇빛이 있어야 그늘이 있고 그늘이 있어야 햇빛이 있다. 그늘과 햇빛은 동질의 존재다. 그런데도 나는 줄곧 햇빛만을 갈구했다. 내가 햇빛만을 원한다는 것은 소망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계속 햇빛만 원한다면 내 인생이라는 대지는 황폐한 사막이 되고 만다. ‘항상 날씨가 좋으면 곧 사막이 되어버린다’는 스페인 속담은 바로 나 같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