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줌’ 이 말에서는 ‘있음‘과 ‘줌‘, 다시 말해 ‘존재‘와 ‘선물‘이.
일치한다. 독일어에서는 ‘무엇이 있다‘는 말을 ‘Es gibt ~‘라고 한다. 여기서 ‘gibt‘라는 동사는 ‘주다‘는 뜻의 ‘geben‘에서 온 말이다. 그러니 ‘있음‘이 곧 춤‘이다. 존재가 선물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존재‘가 ‘선물‘이라는 말을 고상한 미사여구 정도로 받아들이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힘들고 힘든 시절, 바로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젠 지쳤다‘며 운명의 줄을 놓아버리고 있다. 신문을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뭔가 줄 수 있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그래서 떠올린 말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가진 원초적 선물이 필요하다. 곁에 있어주자. 나를 너에게 선물하자.

누구보다 초조함에 시달렸고 그것의 문제를 잘 알았던 작가 카프카. 그는 초조함이야말로 인간의 죄악이라고 했다. 그는 〈죄, 고통, 희망 그리고 진실한 길에 관한 성찰)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모든 죄를 낳는 인간의 주된 죄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초조함과 무관심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천국에서 쫓겨났고무관심 때문에 거기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주된 죄가 단 한 가지라고 한다면 그것은 초조함일 것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추방되었고 초조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 아마도 그의 문학은 이초조함을 몰아내려는 치열한 탐구의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치열한 노력이 또한 철학이고, 철학이어야 한다.
고 생각한다. 철학한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지름길을 믿지 않는 것이다. 철학은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삶의 정신적 우회이다. 삶을 다시 씹어보는 것, 말 그대로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가 쉽게 부딪히는 난관이 두 가지있습니다. 그 하나는 갈림길, 즉 기로에 서는 겁니다. 갈림길 앞에서 묵적(묵자) 선생은 슬피 울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라면결코 울며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우선 갈림길 입구에 앉아 잠시 쉬거나 한잠 자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연후에 내가 갈 길을 정하여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길을 가는 도중 자비로운 이를 만나면 그의 음식으로 허기를 채울지언정 결코 그에게 길을 묻지는 않겠습니다.
그 역시 앞길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만약호랑이를 만난다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호랑이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호랑이가 꼼짝 않고 서서 가지 않으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을 겁니다. 나무에 허

어떻든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괴롭다면 일단 한숨 자고 생각해보라는 것, 길을 걷다 배고파 죽을 지경이면 음식을 빼앗아서라도 살아남으라는 것, 호랑이를 만나 죽게 생겼으면나무 위로 피하고, 결국에 죽을 것이면 시체라도 넘기지 말 것, 별수 없이 호랑이에게 먹힌다면 그래도 한 번쯤은 호랑이를 물어보라는 것, 그야말로 모두가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말들이다. ‘막다른 길‘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다. 막다른 길‘이란 그것을 앞에 두고 울며 돌아가는 사람에게만 막다른 것일 뿐 그것을 헤쳐 나가는사람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루쉰 스스로는 ‘운이 좋아‘ 그런 막다른길을 만나보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막다른 길을 만나지 않은 것은 그가 어떤 길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막다른 곳이라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존재들은 서로 비교를 불허하는 독특함을 가졌고, 다른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덕을 지녔다. 우리가 어떤 존재를 안다는 것은 바로 그의 힘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고유한 ‘힘‘을 이해하고 나서야 우리는 그 자체에서 수반될 수 있는 ‘약점‘이나 ‘곤경‘을 아무런 ‘악의‘ 없이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하나의 공동체란 사람과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이런 이야기들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매킨타이어.. Macityre 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서사의 일부 요소일 뿐인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좋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내고 남기는것은 모두 이런 이야기들이다. 장담하는 건 좀 그렇지만, 수유너머‘에 있는 물건들 중 내가 잘 모르는 물건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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