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승자의 발자취‘라는 역사가의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깊은 의미에서역사는 잘 진 싸움의 궤적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을통해 발전해 온 것" 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는 싸움도 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이 완전한 지옥이 되지 않은 것은 지는 싸움을 해온 사람들 덕분이다. 진 싸움이 만든 역사가 희망을 지켜주었다.
이러한 믿음을 품고 우리는 함께 환멸의 땅을 건너가야 한다. 넘어지고 부서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꿈꾸던 그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세기 이 나라, 이민족은 너무도 큰 고통과 희생을 치렀다. 역사에 빚진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없다. 쉬이 희망을 말하지 않되 가벼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 유토피아와 멜랑콜리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 - 이것이 이 환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윤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불안이 극단적이고 편재적인 것은 그것이 실존적, 철학적 불안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불안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극단적 불안사회로 변화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지배가 시작되는 시기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제 권력이 무소불위의 전횡을 행사하면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졸지에 ‘구조조정‘, ‘정리해고, ‘노동의 유연화라는 경제적 테러를 일상적으로 겪게 되었고,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조정‘, ‘정리‘, 유연화의 대상으로 내몰렸다. 그 결과 비정규직, 정규직에 이어 ‘엘리트 직장인까지도 생존의 불안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불안사회를 극복할 처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면한 과제는불안을 생산하고 지배의 도구로 악용하는 경제 권력을 제어하고,
불안을 야기하는 고용 관행을 변혁할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이후 경제의 하수인으로 전락한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하여 ‘조정‘하고, 정리하고,유연화 해야 할 대상은 인간이 아닌 경제라는 인식하에 인간적인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무례사회는 돈만 벌 수 있다면 인격 모독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 인간을 경시하는 사회다. 성형 광고의 주체인 의사 선생님들의 경우에서 보듯, 이 사회를 지배하는 기득권 집단의 인식은 지극히 천박하다. 이들은 대개 이 사회의 교육과정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수한 우등생들인 까닭에, 이들의 천민성은 그대로사회의 성격을 대유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자를 ‘모범생으로 길러내는 무례사회에 미래는 없다.

대중들 또한 무례에 둔감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수많은 대중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저런 파렴치한 광고가 버젓이 걸릴 수있겠는가. 어린 시절부터 촘촘한 경쟁의 그물로 조직된 사회에서일상적으로 너무도 많은 모멸과 무례를 겪어온지라 대중에게 남아 있는 자존감의 영토는 그리 넓지 않은 것 같다. 때로 대중은경멸과 조롱에 모멸감을 느끼거나 저항하기보다는, 이를 자조적으로 즐기는 집단적 마조히즘 상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한다. TV에서 방영하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라, 소재의 절반 이상이 외모에 대한 조롱이다.

한국 사회는 방관사회다. 시민들은 참여하지 않고 방관한다. 방관은 군대 내무반이나 세월호 선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그것은 우리네 일상이다.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한 것이 ‘나만 빼고, 나와는 상관없다는 사고방식이다. 공적 정의를 위해 참여하는 시민은 극소수다. 대학의 학생회든, 기업의 노조든, 시민단체든 공적 이해를 위한 기구에 참여하는 시민의 수가 우리처럼 적은 나라는 드물다.

특히 정치의 경우 시민들의 ‘방관은 극단적이다. 모두가 정치에관심을 보이지만, 아무도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정치평론가는넘쳐나지만, 정치 활동가는 보이지 않는다. 소수의 진보정당을 제외하면 한국 정당의 본색은 ‘당원 없는 정당‘이다. 이는 매력 없는정당 탓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방관하는 시민 탓이기도 하다. 모두 곁에서 훈수만 둘 뿐 참여하지 않는 사회, 정치 혐오를 좀 더세련된 정치적 취향인 양 조장하는 방관사회에서 민주공화국의이념이 실현될 수는 없다.

광화문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헬조선의 현실은 변한 게 없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제 광장 민주주의가 현장 민주주의로 확장되고 심화되어야 한다. 삶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실천하고, 실현해야 한다. 내 마음속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촛불이 타올라야 한다. 촛불이 나를 변화시키고, 일상을 변화시키고, 현장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마침내국가를 변화시켜야 한다. ‘내 안의 최순실을 불태우고, ‘내 안의박근혜‘를 몰아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