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으며) 내가 4·19 직전, 최인훈의 중편 「광장」을 전재했던『새벽』 잡지의 편집자문위원으로 일했을 때 얘기야. 그 회사가 명동에 있었고 바로 그 옆에 유명한 명동극장이 있었어. 편집 끝내고나올 무렵이면 마지막회 영화를 상영 중이었지. 표를 파는 사람도문을 지키는 사람도 없었어. 마지막회가 상영 중이니 누가 들어오겠나. 그때 불쑥 들어가서 중간부터 본 영화가 많았네.
인생도 다르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는 인생을 풀full로 보는 게 아니라 불현듯 뛰어들어가 후반부 영화만 보는 것 같지. 영화가 끝나고 the end‘ 마크가 찍힐 때마다 나는 생각했네. 나라면 저기에 꽃봉오리를 놓을 텐데, 그러면 끝이 난 줄 알았던 그 자리에 누군가와서 언제든 다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 텐데. 그때의 라스트 인터뷰가 끝이 아니고, 다시 지금의 라스트 인터뷰로 이어지듯이, 인생이 그래."
"늘 애절한 거죠. 매 순간이 지금 이 순간과의 헤어짐이니까요."

얘들아, 내가 밭에 금은보화를 묻어뒀다. 열심히 파면 나온단다.
아무리 파봐도 돌멩이밖에는 안 나와. 나중에야 알았지. 과수원사과나무에 싱싱한 사과가 열리고 난 후에야. 밭을 끈기 있게 파는99것이 아버지가 물려주고 싶은 보물이었다는 걸. 그냥 풀 뽑으라고하면 그 귀찮은 걸 왜 해, 당장 금덩이나 주고 가지‘ 할 거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록새록 보게 돼. 거짓 유언이 진실로 열매를 맺는 과정을."
"그래서 헤아려 듣는 귀가 필요하다고……."
"그렇다. 진짜 전하고 싶은 유언은 듣는 사람을 위해서, 듣는사람을 믿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로 한다네. 노름과 돈을 좇아 밤낮

어놓고 사는 부류. 개미 부류는 땅만 보고 가면서 눈앞의 먹이를 주워먹는 현실적인 사람들이야. 거미 부류는 허공에 거미줄을 치고재수 없는 놈이 걸려들기를 기다리지. 뜬구름 잡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학자들이 대표적이야.
마지막이 꿀벌이네. 개미는 있는 것 먹고, 거미는 얻어걸린 것 먹지만, 꿀벌은 화분으로 꽃가루를 옮기고 스스로의 힘으로 꿀을 만들어. 개미와 거미는 있는 걸 gathering 하지만, 벌은 화분을 transfer하는 거야. 그게 창조야.
여기저기 비정형으로 날아다니며 매일매일 꿀을 따는 벌! 꿀벌에문학의 메타포가 있어. 작가는 벌처럼 현실의 먹이를 찾아다니는사람이야. 발 뻗는 순간 그게 꽃가루인 줄 아는 게 꿀벌이고 곧 작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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