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판단은 보통 부정적이기 십상인데요. 이보다 더 부정적인 건 타인의 눈을 의식한 자기 인식이에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타인의 판단을 거부하거나 객관적으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죠. 메타버스에서는 스스로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메타버스 내에서는 자신을 설명하며 자신을 알게 되고, 자기를 성찰하며 자기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설명하기를 실천해보면 자아존중감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메타버스의 익명성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는 익명성으로, 자기 자신이 온전하게 홀로 존재하는 경험을하게 합니다. 언제든지 단절을 택할 수 있지요. 선택적으로 익명성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익명성에 숨고 싶거나, 익명성 뒤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이 은근히 많거든요. 익명성은 메타버스에 많은 사람을 유입시키는 가장 중요한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위한 의류 판매에 명품 구찌가 참여하고있습니다. 유료 판매를 한다고는 하지만 명품 가격을 생각하면 제페토상에서 판매로 버는 돈이 구찌에 의미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런데도 구찌가 여기에 참여하는 것은 광고 효과 때문이죠. 제페토의 주 사용자층인 10~20대들이 차세대 명품 사용자들이 되는 만큼 이들에게 브랜드 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구찌와 제페토의 협업으로 사용자들은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를배경으로 한 구찌 빌라 정원을 걸어볼 수 있고, 구찌의 실제 신상디자인을 포함한 총 60여 종의 아이템을 아바타에 입혀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와 환경은 새로운 정체성을 갖기에도, 인정받기에도 좋은 동기가 됩니다. 메타버스는 자신이 꿈꾸는 자신을 만들 수도 있고, 완전히 반대되는 자신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만약 본인이원하는 정체성 만들기에 실패하면 계정을 삭제하고 새로운 계정으로 정체성을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력적인 것이 메타버스입니다.
메타버스에 지나치게 심취하면, 현실에서의 나를 잊어버리고분열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원래 인간은 다양한 면이 있으므로 그 다양한 면을 서로 다른 메타버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데, 그러면 스스로 헷갈리는 지경에 이를 수 있거든요. ‘나비가 나인가, 내가 나비인가‘라는 장자의 고뇌를 떠올려보세요. 메타버스는 메타버스 폐인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를잊게 만드는 장치들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죠. 멀티 페르소나를 가지면서도, 자신의 코어 페르소나를 놓치지 않는 것은메타버스 시대에 중요한 지혜가 될 것입니다.
메타버스의 ‘나‘는 굳이 현실을 바탕으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메타버스 아바타가 현실의 나와 닮을 필요는 더더욱 없고요. 메타버스의 나는 또 하나의 나입니다. 부캐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요. 현실에서의 나는 조금은 소심하고 신중한 성격의캐릭터 1‘이지만, 자주 가는 A라는 메타버스에서는 밝고 에너지넘치는 ‘캐릭터 2일 수 있습니다. 가끔 가는 B라는 메타버스에서는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캐릭터 3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냥 두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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