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학습의 천재다. 대마초를 처음 피우면서 느꼈던 불쾌감을 즐기는 법을 주변 사람들에게 배운다. 그러면서 맛을 알아가는 거야‘라는 대마초 선배의 말과 행동에서그 불쾌한 감각이 좋은 것‘이라고 학습한다. 그 좋음에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분위기, 관계, 의미 등이 포함된다. 맛을 떠나 그대마초가 상징하는 모든 가치를 배워 대마초 사용자 집단의 일원이 되는 과정이다. 이 연구의 압권은 연구의 전체 맥락에 있다. 이 연구는 사회적 일탈 행위에 대한 연구의 일부였다. 대마초를 피우는 등의 행위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듯이 일탈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순응의 과정이다.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그 남자네 집』에 민어 이야기가 나온다. 함께 사는 시어머니는 온갖 계절 요리에 대한 일가견으로 며느리를 주눅 들게 한다. 철마다 나는 식재료로 섬세한 요리를 해야 한다면서 집안의 주도권을 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신한 며느리가 입맛을 잃자 시어머니는 반드시 되돌려놓고 말겠다는 듯갖은 밑반찬이며 잔뜩 솜씨를 부린 민어 요리를 낸다. 시어머니의 손맛에 진저리가 났던 며느리는 그때 깨닫는다. ‘민어도 결국민어구나.‘ 이전까지는 시어머니의 기세등등한 요리 앞에서 이렇게 귀한 음식을 이렇게 특별하게 요리한다며 기부터 죽었다는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세상 어떤 산해진미도 그 맛만으로 최고일 수는 없다. 우리는 그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 함께나누는 가치, 과정에 부여하는 의미를 먹는다.

커피는 커피구나. 그걸 깨달았다. 더불어 도시에서 치열하게살면서 커피가 얼마나 큰 의미와 행복이 되었는지 음미하게 됐다. 직장인에게 커피는 스트레스를 잠시 녹여주는 향기였고 어색한 사이라도 가볍게 나눌 수 있는 화제였으며 간편하고도 풍부한 취미 생활이었다. 그간 커피에 쓴 돈이며 시간이며 정성이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어쩌다 또 도시에 살게 된다면, 더 정성스

하지만 지금 당장 이 시골에서 커피는 그냥 커피일 뿐이다. 그러니 집 근처에서 자생하는 카모마일 계통의 꽃잎이나 라벤더,
로즈메리를 말려 차를 만들거나 생강을 썰어 끓여 마신다. 나는여전히 커피와 함께하며 즐겼던 도시에서의 작은 사치를 사랑하지만 커피에 의지하지는 않는다. 이제 도시에서 산다면 예전보다 더 깊은 맛을 음미하며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고, 시골에서평생 살아도 괜찮다.

그런데 술이 행동중독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우리 부부가 술을소비하는 방식이 알코올 자체에 대한 중독보다는 하루를 구성하는 규칙에 속한 의식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밤이 될 때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최선과 완벽을 추구하는 낮 시간을 보낸 후, 풀어지기 위해 치르는 의식이었다. 업무부터 일상까지 잊지 않고처리해야 하는 무수한 과제들 앞에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애쓰다 보면 실제의 성취도와는 무관하게 저녁에는 완전히

어떤 것이 좋거나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커피, 술, 인터넷으로 삶을 얼마든지 더 풍성히 만들 수도 있다. 똑같이 시골에 살아도 초록색 원두를 마당에서 캠핑용 스토브로 볶으며 한껏 정취를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다만 이런 변화의 과정을 겪고 나면 다른 변화도 불러올 자신감이 조금씩 생긴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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