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 하고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고 해서 삼무(三無)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주에는 삼보(三寶)가 따로 있다. 그것은 자연, 민속, 언어이다. 이 세 가지를 모르면제주도를 안다고 할 수 없고, 이 세 가지를 쓰지 않으면 그것은 제주도답사기일 수 없다.

"본향당이란 제주사람들, 특히 제주 여인네들 영혼의 동사무소, 요즘말로 하면 주민센터예요. 제주 여인네들은 자기 삶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본향당에 와서 신고한답니다. 아기를 낳았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사고가 났다, 돈을 벌었다, 농사를 망쳤다, 육지에 갔다 왔다, 자동차를 샀다, 우리 애 이번에 수능시험 본다, 우리 남편 바람난 것 같다, 이런모든 것을 신고하고 고해바칩니다.

할망(할머니)이라고 해요. 할머니에게는 모든 것을 다 들어주는 자애로움이 있잖아요. 어머니만 해도 다소 엄격한 데가 있죠. 여성은 소문 내지 않고 자기 얘기와 고민을 들어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심리가 있거든요. 답을 몰라서가 아니죠. 그런 하소연을 함으로써 마음의 응어리를 푸는 겁니다.

"이 흰 백지를 여기서는 소지라고 해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하얀한지죠. 본향당에서 소원을 빌 때 이 소지를 가슴에 대고 한 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빌고서 저 나뭇가지에 걸어두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그 모든사연이 소지에 찍혀 할망이 다 읽어본다고 해요."

사연이 많은 사람은 소지를 몇십 장 겹쳐서 가슴에 대고 빈다고 한다. 이런 높은 차원의 발원 형식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을까 보냐. 본래는 글모르는 할머니들을 위해 생겨난 의식이었다고 하는데 어떤 글을 써넣은것보다 진한 감동을 주지 않는가!
일본의 사찰에 가면 소원을 써서 절 마당에 걸어놓는 강까께(願)가 있고, 이스라엘 ‘통곡의 벽‘에선 소원을 적어 돌 틈에 끼워넣는다고하는데 우리 제주도에선 백지에 소원을 전사(轉寫)해서 걸어놓는 것이다. 팽나무 신목에 흰 소지가 나부끼는 와흘 본향당은 제주인의 전통과정체성을 웅변해주는 살아 있는 민속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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