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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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어른이 주는 선물‘로 주고 싶다. 이건 네 책이야.
사회의 어른들이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이런 다정한 마음.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만 갖춘 소년원 방 사물함에 ‘너만의책꽂이’를 만들어주고 싶다. 자신이 열심히 읽은 책들로 채워진 ‘나만의 서가가 주는 잔잔한 기쁨을 소년에게 선물하고 싶다. 집에 갈 때 책을 가지고 가는 친구들에게 주고 가든 그것은 아이의 선택이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먹어서 배가 부른 것도 아니지만, 마음에 아로새겨질 즐거움과뿌듯함을 선물하고 싶다.

이런 마음은 차갑다. 사람의 온기보다 얼음의 냉기가 느껴진다. 쉽고 좋은 책을 소년의 손에 자꾸 쥐여주고 싶다. 그것은 결국 ‘책‘이 아니게 될 것이다. 책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화化할 것이다. 우리는 소년에게 책을 주지만 소년이 손에 받은 것은 자신을 돌보며 사는 마음 아닐까. 다른 사람과 어울려살 수 있는 마음 아닐까.

독서동아리의 본래 영혼은 강제 아닌 자유, 학습이 아닌 놀이다. 그래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에 집착하지 않는다.
수준 있는 책, 점차 심화하는 독서를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
그러면? ‘또 놀고 싶은가‘가 관건이다. 오늘 재미있게 놀아야내일 또 놀고 싶다. 체계적으로 놀아야 해. 꾸준히 놀아야 해.
이런 강요는 놀이에 조화롭지 않다. 독서동아리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은 놀 때 꾸준함과 체계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놀이는 그저 오늘 재미있게 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 그만 아닌가. 내일을 기약하지 않는다.

요상하기도 하지. 나의 ‘미친 신남이 멈칫거릴 때, 마음의온도가 미지근해질 때, 그래서 시무룩해지려는 찰나, 이런 녀석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유성이는 오늘 내 마음이 미지근해질 것을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내 마음의 애愛 위에 증이스멀스멀 덮이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나에게 약을 처방해주었다. 그것도 ‘쎈’ 약. 처방전에 쓰여진 말은 이렇다.

누군가는 별다른 의식 없이 이어나가는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끈이 끊어지기도 이어지기도 하는 힘겨운 것일 수 있다. 잘난 척하던 내 마음이 납작해진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같이 웃을 때 한 뼘 좁혀진다.
같이 열 받을 때 또 한 뼘 좁혀지고, 같이 안타까워할 때 곁으로 바짝 다가온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우리는 거리가 좁혀질 일이 많을 리 없다. 그래서 소설 한 편, 그림책 한 권 보면서함께 웃고 속상한 순간이 찾아오면 기쁘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 그냥 이 시간과 공간의 빈틈이 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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