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작가 레지던시에들어가기로 했을 때, 지금은 기억이 안 나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도착일을 며칠 미뤄야 했다. 나는 날짜를 안지켜서 미운털이 박히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수전은 그게 전혀 나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뭐든규칙을 깨면서 시작하는 게 좋은 거야." 수전에게는 늦게 도착하는 게 원칙이었다. "내가 늦을까봐 걱정하는때는 비행기 탈 때 하고 오페라 보러 갈 때뿐이야." 수전과 만나려면 매번 기다려야 한다고 누군가 불평하더라도 수전은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뭔가 읽을거리를가져올 생각도 못 할 정도로 답답한 사람이라면…." (하지만 사람들이 꾀가 나서 수전보다 더 늦게 나타나기시작하자 수전은 언짢아했다.)

‘따분하다‘라는 말도 ‘비굴하다‘처럼 수전이 좋아하는 단어였다. 귀감이 되다‘라는 말도 좋아했다. ‘진지하다‘라는 말도, "어떤 사람이 얼마나 진지한지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가진 책을 보면 돼."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느냐 뿐 아니라 어떻게 정리되어 있느냐도 중요했다. 그때 수전이 가진 책이 6천 권 정도 됐는데 그 뒤로세 배 정도 더 늘었다고 한다. 수전 때문에 나도 책을 정리할 때 알파벳 순이 아니라 주제별 시대별로 분류했다.

당시에 스트로스 저택에서는 저녁 식사가 끝나면 남녀가 나뉘어 각각 다른방에 모이는 게 관습이었다. 수전은 잠깐 어리둥절하다가 상황을 파악했다. 수전은 여주인에게 아무 말도 하지않고 성큼성큼 남자들이 있는 쪽으로 갔다. 도로시어 스트로스가 몇 년 뒤에 그 이야기를 웃으며 들려주었다. "그냥 그걸로 끝이었어요! 수전이 전통을깼고 그 뒤로는 식사 끝나고 남녀가 나뉘지 않았죠."

여자들이 백에 집착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내가 늘 백을 들고 다닌다고 놀리곤 했다. 왜 여자들은 백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남자들은 안 들고 다니잖아? 왜여자들은 스스로 짐을 지우지? 대신 남자들처럼 열쇠,
지갑, 담뱃갑이 들어갈 만큼 큼직한 주머니가 있는 옷을입으면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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