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페르세포네가 망자와 저승의 신, 고대 그리스의 악마격인 하데스에게납치를 당하자 데메테르는 제정신을 잃었다. 올림포스산에서 내려와 지상으로 가서 비천한 노파의 모습을 하고 한없이 딸을 찾아 헤매다니느라 곡물을 관장하는 신의 역할은내팽개쳤다. 그래서 식량이 부족해졌다. 사람들이 굶주렸다. 다른 신들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신들이 힘을 모아 페르세포네를 구해오자고 합의했다. 페르세포네가 무사히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오자 세상에는 꽃이 피고 먹을 것도 풍부해지고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지하 세계에 있는 동안에 페르세포네가 석류알을 몇개 먹었기 때문에 지하 세계와의 연을 영원히 끊을 수가 없게 되었고 그래서 페르세포네는 해마다 다시 지하 세계로돌아가야 했다. 그리하여 지상 세계에서 아무것도 자라지않는 겨울과 다시 생명이 돋는 봄의 순환이 끝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이것이 계절의 기원이었다. 봄과 관련된 전설들은 하나같이 수난의 시간이 끝나고가슴 벅찬 기쁨이 찾아오는 이야기다. 모든 게 사라진 듯 보일 때 비밀, 감춰진 기적, 희망을 다시 찾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봄이란 그런 것이다. 재생, 재탄생, 부활, 죽음으로부터의 구원이라는 주제에서는 종교적 이상이 자연과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식물의 생태로부터 영감을 받아 종교의식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존과 내가 날마다 하는 작은 의식이 몇 가지 있다. 매일 아침 존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 커피를 만들어서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한잔을 가져다준다. 그러면 나는 존에게 고맙다고 하고 내가 존을 얼마나 대단하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한다. 이 작은 사랑의 행위가 우리가 보낼 하루 그리고 우리가함께하는 삶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저녁때 존은 퇴근하면서 출발!!!"이라고 나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이 문자를받으면 여전히 가슴이 살짝 떨린다. 좋아하는 사람을 곧 만나게 되리라는 설렘이다. 이것도 작은 의식이다.
사실 나에게 의미가 있는 특별한 행동은 그게 무엇이든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의식이다. 다른 식으로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하지 않고 굳이 이 방식을 거듭할 때 사소한 행동들이 의식이 된다. 존이 아무 예고 없이 그냥 집에 올 수도 있지만, 문자로 알려주는 덕에 나는 기분 좋게 들뜬 마음이 된다.
누구에게나 이런저런 일상적 의식이 있다. 출근할 때 어떤 길을 택해서 가는지, 혹은 아이들 저녁을 어떻게 준비하는지도 의식이 될 수 있다. 날마다 하는 일과 함께 습관적으로 떠올리는 이야기 토막도 여기에 넣을 수 있다. 나는 자기전에 얼굴에 보습 크림을 바르면서, 젊어지는 샘물 전설을떠올린다. 주름개선 크림 광고에 자주 나오는 이야기다. 이런 작은 의식들이 우리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일종의 리듬이나 패턴을 만들어주고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스킨케어 습관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늦출 수 있다면 물론 그것은 엄밀히 말해 전설 때문이 아니라 과학 때문일 것이다.이렇게 둘을 칼같이 나누어놓으면 재미가 사라지는 건 사실이지만,
"마루하는 죽으면 천국에 가고 천국에는 하느님이 있고천사들이 하프를 연주한대. 그런데 엄마 아빠는 죽음이 영원히 꿈꾸지 않고 자는 것하고 비슷하다고 했잖아. 누구 말이 맞아?" 부모님은 입을 맞춘 듯이 바로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아무도 몰라!" 그냥 그렇게 말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마치 그게 정말좋은 일이라는 듯이 활짝 웃으며 열띤 목소리로 즐겁게 말했다. 이 대화가 나에게는 정말 큰 깨달음을 주었다. 죽음이라는 미스터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지는 않았지만 삶의 본질을 엿보는 창을 얻은 것 같았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불확실성은 실제로 존재한다. 얼버무리거나 덮어버릴 필요가 없다. 최대한 많이 알려고 애쓰는 도중이라도 불확실성이 있음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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