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 일대 홍역을 치른 후에야 정부는 다음 감염병을 대비한 대대적인 개선에 들어갔다. 사스 당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던 점은 방역 통제 중심의 부재와 소통 창구의 분산이었다. 그 후 정부는 대응에 필요한 조치를 뒷받침할 법을 정비했다. 오드리 탕 디지털 장관은 크게 세 가지 개선을 꼽았다. 첫 번째로 질병통제본부CECC를 신설하고 지휘체계를 통합했다. 이곳과 통하는 직통 전화도 설치해 국민 누구나 질본으로 곧장 연락할 수 있게 했다. 두 번째는 마스크공급 체계의 개선이었다. 비상시 마스크 구매 폭증을 감안해하루 생산량을 200만 개에서 2000만 개로 대폭 늘렸다. 세번째는 IC 카드를 통한 의료 체계의 일원화(단일 요금 체계 국민건강보험)와 디지털화였다. 개개인의 소득 수준에 맞춰 일정액을 의료비로 일시 납부하고 진료를 받을 때는 기금에서지급되도록 했다. 그러면 부담이 분산되어 치료비가 크게 낮아지면서 시민들이 몸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스스로 병원에 연락하거나 찾게 되고, 국가로서는 감염자를 일찍 포착해안전한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게 된다는 구상이었다.
해외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을 때도 그랬다. 성공의 비결을 묻는 말에 그녀는 3F로 명쾌하게 정리해서 답했다. 3F란 핵심 전략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Fast(신속), Fair(공정), Fun(재미)의 머리글자를 일컫는 말이다.
2020년 4월 어느 날이었다. 한 초등학생 소년이 전화를 걸어 왔다. 마스크 배급제로 분홍색 마스크를 받게 되었는데 그걸 학교에 쓰고 가면 친구들에게 놀림당할까봐 두렵다는 하소연이었다. 다음 날 질본 기자 회견장에는 관계자 전원이 분홍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본부장은분홍색 마스크를 가리키며 자신의 어릴 적 영웅이 핑크 팬서였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 장면이 TV 등 각종 매체를 통해전국에 중계되었다. 전날 제보 전화로 하소연했던 소년은 이날 학교에서 ‘인기짱‘이 되었다. 대만 국민들의 젠더 인식 문화에도 또 한 번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하는 순간이었다고 오드리 탕은 말했다. 그 후로 갖가지 색과 디자인의 마스크가 등장했다. 색상도 무지갯빛 중에서 마음대로 골라 쓸 수 있게 되었다. 투표 연령에도 이르지 않은 어린 시민의 의견에도 정부가 민첩하고 현명하게 대응한 결과가 시민과 정부 간의 신뢰를 한층 더 높인 사례였다.
오드리 탕은 "분노는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것을 배척하지 않고 끌어들이는 쪽을 택한다"고 말한다.14 그렇게 해보니 불평한 사람들 대부분이 정부의 참여 초대에 응하고 공동 창작의 결과도 좋더라는 것이그녀의 체험담이다.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지 않고 경청되었다는 사실에 당사자는 정부를 신뢰하게 되고, 이런 사실이공개되고 널리 알려질수록 추후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파마와 염색을 동시 시술하는 미용사에게 정부가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거짓 뉴스가 갑자기 온라인상에서 퍼졌다. 이런 루머는 애써 막거나 정색하고 해명을 하려다가는자칫 더 넓게 퍼져 나갈 우려가 있었다. 대만 정부 내에서는온라인 감성에 맞게 유머를 섞어 대응하자는 내부 방침이 섰다. 마침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이 대머리인 점에 착안해 그의 얼굴을 넣은 포스터를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다. 대만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눈길을 줄 사진이었다. 포스터의 얼굴 사진옆에는 "파마와 염색을 동시에 진행해도 벌금은 없습니다. 다만, 저처럼 대머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라는 문구를넣었다. 이 유머러스한 포스터는 국민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면서 앞서 문제가 되었던 거짓 뉴스는 이내 불길이 잡혔다.
오드리 탕에 따르면, 정신을 오염시키는 인포데믹은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통해 퍼지기 때문에 직접 퇴치하기가 어렵다. 백신이 몸에 항체를 형성해서 방어력을 갖게되는 것처럼, 정신의 백신 투여를 통해 사람들이 진위 여부를숙고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거짓에 저항력을 갖게 하는 것이중요하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말을 세심하고 깊이 듣는 숙의의 태도는 악성 정보라는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하는 면역 체계와 같다. 반대로 다른 생각에 대한 비방과 비난은 오히려 거짓 정보가 자라나는 온상이다. 진실된 정보가가짜나 거짓보다 더 빠르고 쉽게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인생의 첫 12년 동안은 잠을자고 다음 날 일어날 수 있을지, 불확실함 때문에 이런 생각을하곤 했다. ‘오늘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뭔가에 기여하는 것이나을 거다. 내가 잠에서 깼을 때 또 하루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도 합리적으로는 내가 잠들어도 다음 날 깰 수 있다는것이 확실하지만, 예전의 느낌이 남아 있다. 나는 이것이 나로하여금 중재자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속담에 ‘물을 마실 때 수원을 생각하라‘가 있다. 우물에서 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의 수고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내가 내 생각을 온라인에 무료로 올리는 이유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다. 내가 배운 것을 가져가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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