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까까머리 학창 시절, 영민했던 한 친구가 이런 우스갯말로 익살부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각하면 생각나는생각이므로 부러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와 돌이켜 보면 생각에 대한 재치 있는 풍자다. 이처럼생각은 뱅뱅 맴돌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생각이라는 것을 할 때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한없이 제자리를 맴돈다. 하루 한때, 한 시절, 심지어 한 인생마저 송두리째 맴도는 생각에 갖다 바치기도한다.
사유의 부재가 우매를 의미하진않는다. 대단히 지성적인사람들도 사유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악한 마음이 우매에서비롯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사유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한나 아렌트
그런데 리프먼은 다름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다름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다름을 적대의 눈이 아닌관용의 눈으로 볼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다름에 대한 피상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 근거로 그는 일찍이 여행과 교역을 통해 이방인이 빈번히 드나드는 가운데 문명이 발달했던 역사를 예로 들었다. 차이와 다름을 거부하고 고만고만한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만 모여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문명은 자신이 가진생각의 폭과 깊이를 재고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발전은커녕 쇠퇴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진공 상태에서는 생각을 할 수 없으며, 비슷비슷한 것으로부터는 새로운 생각을 낼 수 없다."
자신의 마음이 가는 것에 대해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말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대에얼마나 드문 행운인가. 타키투스
실로 얼마나 왜소한 생각이한 사람의 온 삶을 채우는지! 비트겐슈타인
김수영의 시 가운데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로 시작하는 시가 있다. 밥값을 비싸게 받으면서 형편없는 밥상을 올리는 식당 여주인과 푼돈을 걷으러 귀찮게 자꾸 찾아오는 야경꾼은 사정없이 욕하고 증오하면서 언론 자유를 탄압하고 잘못된 정책을 펴는 것에는 아무 소리도 못 하는 자신을 힐책하는 내용의시다. 그 시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 정말 얼마큼 적으냐.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감옥에 갇힌 죄수 신세인데, 그 감옥이란 자신만의 감각과 사고방식이라는 울타리가둘러쳐진 감옥이다. 그 감옥 안에서 자신만의 감각과 사고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누가 바꿔 줄 수도 없다. 갇힌 울타리 안의사고방식이란 더 넓어지거나 더 깊어지거나 혹은 더 새로워질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 기존의 것을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다 끝내 시들어 말라비틀어진 찌꺼기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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