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삶을 바라보며 나도 그러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삶은 버거워진다. 내가 타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과 똑같이 살 순 없다. 그런데도 나는 바람직하다고 배운 그런 삶을 살겠다고 몇 번이고다짐을 하곤 한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 삶의 목표를...

다들 갖는 차 한 대, 집 한 채, 안정적인 직업 하나 없는 사람들은무능력하고 도태된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곳에서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비교를 하지 않으니 남을 따라 살아야 할 이유도, 남보다 더 잘나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들 눈에 비친 타인은 잘나고 못난 것이 없는,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들을 보니 내가 얼마나 버거운 짐을 지고 살려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늘 자유롭게 떠다니는 사람들과 비교하며 내 처지가 새장에 갇힌새처럼 답답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내가 뒷산을 나는파랑새라면 타인은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다녀야 하는 하얀 새였을뿐이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 다른 모습,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삶,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무중력의 상태를 느끼는 듯했다. 다시 돌아보니 세상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치열하게 삶을 가꾸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분들은 여태 내가 생각했던 장기여행의 틀을 벗어난 형태의 여행을 하고 계셨다. 이분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아주 간단하게요약하자면 ‘때가 되면 움직이는 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간을 정해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그런 세계일주가 아니라 떠나야 할 때라고 느껴지면 마음이 동하는 곳으로 가 머무르다, 다시 또 떠나야할 때라고 생각되면 이동하는 것이었다

"장기여행이 옳다 그르다 할 그런 기준은 없어. 그런데 오래 길 위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것만은 확실히 알더라. 사람 귀한 거 말이야."

우린 가져갔던 책들 중 읽은 부분들은 찢어서 버렸고, 여분의 신발과 옷들도 모두 버렸다. 유리로 된 양념통들은 플라스틱이나 비닐로대체했고, 미용에 필요한 마스크 팩이나 샴푸, 바디클렌저, 화장품 따위는 기본만 제외하곤 모조리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버렸다. 그렇게 다시 싼 배낭은 훨씬 가볍게 느껴졌고, 이제 여기서 더 버릴 건 없다라고 장담했지만 장시간 이동 후에 또다시 배낭에서 버릴것들을 찾았다. 계속 비워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중요한 목적이 아닐까 생각했다. 배낭이 비워질수록 마음은 채워지는것 같았다.

어느 곳에서나 화려함 뒤에는 초라함이 숨어있다. 축제를 즐기는사람과 축제에서 돈을 벌려는 사람,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아이들과 부모님을 기다리느라 외로운 아이들. 어쩔 수 없이 공존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초라함을 불쌍하다거나 불행하다고여기면 안 된다.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이 초라함까지도 같이 수면 위에 올려 함께 누려야 한다. 신영복 선생님의 〈함께 맞는 비〉를 떠올렸다. 비 오는 날 누군가의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닌 함께 비를 맞으며 동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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