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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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첼리 신부님의 대답은 내가 무슨 일을 완수했더라도, 또 그 일이 아무리 선하고 옳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뻐길 필요는 없다는 것을, 특히 자만심에 빠져 떠벌리고 다녀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돈 첼리 신부님의대답을 떠올리면 어디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이상하게도 올리버 웬들 홈스 2세의 금언이 생각나곤한다. 〈내 성공의 비밀은 젊었을 때 내가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데 있다. 자신이 신이 아님을깨닫고, 자신의 행위를 항상 의심하면서 지난 삶을 충분히 잘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이 위대한 증인이 사라지거나 쫓겨나고 나면 뭐가 남을까? 사회의 눈, 타인의 눈이 남는다. 사람들은 남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이사회에서 익명의 블랙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속옷만입은 채로 술집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얼간이 짓도마다하지 않는다. 모두 남의 눈을 의식한 행동이다. 텔레비전 출연은 저 초월적인 존재를 대신하는, 전체적으로 고마운 유일한 대용품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텔레비전이라는, 현실과 다른 피안의 세계에 들어가 있고, 그 피안에서 남들에게 자신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지상의 피안에서는 모두가 우리를 본다.

다만 어리석은 일은 이런 경우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의미를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성취나 희생, 또는 그 밖의 좋은 특성을 남들이 알아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가 텔레비전에 나온 다음날 누군가 카페에서 우리를 보고는 야, 어제 너 텔레비전에 나온 거 봤어!〉 하고 말한다면 그건 단순히 네얼굴을 알아봤다는 것이지, 너를 알아준다는 뜻은 아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글이 실렸는데, 거기서 그는 이렇게설명했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감시하는 도구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여러 권력 기관의 통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사용자들의열정적인 기여 덕분에 우리를, 바우만의 표현에 따르면 〈고백 사회〉로 이끈다. 이 사회는 공개적인 자기표현을 구성원들의 사회적 실존을 증명하는 중요하고도쉽게 이해되는 명확한 증거의 지위로까지 승격시킨다.

하지만 다른 진실도 있다. 언젠가 누군가 모두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이 모두가 지구 주민 전체로까지 확장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런 식의 정보 과잉은 혼란과 소음, 침묵만 불러올 뿐이다. 물론 그로 인해 불안한 건 스파이뿐이다. 반면에 비밀 탐지의 대상이 되는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의 비밀에 대해 친구건 이웃이

또한 인터넷이 그학생에게 제공하는 정보들은 교사가 가진 정보보다 어마어마하게 포괄적이고, 거기다 금상첨화로 정확할때도 많다. 여기서 그 학생은 한 가지 중요한 지점을놓치고 있다. 인터넷은 학생에게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만, 그 정보를 어떤 목적에 맞게 어떻게 찾을지,
찾은 다음에는 어떻게 거르고 선별할지, 또 어떤 기준으로 수용해야 하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장 공간만 충분하다면 누구나 새로운 정보를 제장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정보가 저장할 가치가 있고, 어떤 건 그렇지 않은지 판단하는 데에는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 기술을 장악하고 있느냐가 설사 성적이 나쁘더라도 정규 학교 수업을 들은 학생과 천재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독학자 사이의 차이를 만든다.

어떻게 옥석을 가리는지 정확한 지침을 줄 수 없다면 최소한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를 매번 비교하고 평가하는 데 정성을 쏟는 누군가를 예를 들어 줄 수는 있다. 결국 교사는 인터넷이 알파벳 순서로 제공하는 것들을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고 매일 노력해야 한다. 인터넷은 티무르와 외떡잎식물이 있다는 것은 말해 줄 수 있지만, 이 두 개념 사이에 어떤 체계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 관련은 학교에서만 가르칠 수 있다. 학교가 아직 그럴 능력이 없다면 빨리 배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터넷internet, 정보 information, 투자investment로이어지는 세 I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는 당나귀의 울음소리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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