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결국 비극적 종말의 씨앗은 개인적인 것에있었던 듯하다. 소박하게 보이는 그녀의 초기 작품들에서 이미 충격적 분열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사명감을 위해 고집스럽게 조합하는 기교에서, 이리저리 비틀고 집요하게 파고듦과 동시에 지극히 감정적이고 분명 헛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숙명적인, 아니 무자비하다고 말하고 싶은 그 깊이에의 강요를?)

아니, 사실은 그보다 더 나빴다. 그는 상대방이 그렇게 비참할 정도로 형편없다는 생각을 하려 들지 않았었다. 그리고그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은 승부가 거의 결판났을 때까지도,
자신이 그 미지의 남자와 결코 동등하지 않다고 믿으려 들었었다. 그 남자의 자신감과 천재성 그리고 젊음에서 오는 후광을 그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때문에 그는 정도 이상으로 신중을 기해 체스를 두었다. 그뿐이 아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마찬가지로 그 낯선 이에게 감탄했으며, 심지어는 그가 승리해서 가능한 한 인상적이고 천재적인 방법으로 몇 년 전부터기다리고 기다려 온 참패를 마침내 자신, 장에게 안겨 주기를 바랐었다고 고백해야 했다. 그러면 마침내 그는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모든 사람을 물리쳐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났을 것이며, 마침내 구경하고 있던 악의에 찬 군상들, 이시기심 넘치는 패거리들에게 만족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평온을 찾았을 것이다,
마침내….….

장, 동네의 체스 고수는 대단한 도덕적 깨달음을 얻은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체스판을 팔에 끼고 체스가 별로 없고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사교적인 놀이를 할 것말이 들어 있는 작은 상자를 손에 들고 집을 향해 터벅터벅걷고 있는 지금, 자신이 오늘 실제로는 패배했다는 것만큼은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것은 복수할 기회도 없고 장차 찬란한 승리를 통해 보상할 수도 없기 때문에 끔찍한 결정적인패배였다. 그래서 그는 - 평상시에 그는 위대한 결심을 하는 남자도 결코 아니었다. - 이것을 마지막으로 체스를 영영 그만 두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그는 다른 퇴직자들처럼 불 게임, 도덕적인 요구가 별로 없고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사교적인 놀이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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