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펼친 그 책 속에는 이십 대 시절보았던 반 고흐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있었다. 충동적이고 방탕하고 파괴적이고 물감을 먹거나 귀를 자르는 등 자기 신체를 훼손하기 좋아하는 고흐가 아니라 동생 테오에게 평생 돈을 얻어 쓰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는 고흐가, 자기의 모든 것을 그리고 또 그리는데 바치는 성실한 고흐가, 그림을 그리는 일에 방해가 되는 자신의 정신병을 무척 고통스러워하는 가여운 고흐가말이다. 그중에서도 예전의 내가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가장 놀라운 모습은 바로 자신의 예술을 확신하는 고흐였다. 고흐는 테오에게 쓴 편지 속에서 이 그림 세 점을집에 두고 팔지 말라고, 시간이 지나면 500프랑의 가치를 갖게 될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