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펼친 그 책 속에는 이십 대 시절보았던 반 고흐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있었다. 충동적이고 방탕하고 파괴적이고 물감을 먹거나 귀를 자르는 등 자기 신체를 훼손하기 좋아하는 고흐가 아니라 동생 테오에게 평생 돈을 얻어 쓰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는 고흐가, 자기의 모든 것을 그리고 또 그리는데 바치는 성실한 고흐가, 그림을 그리는 일에 방해가 되는 자신의 정신병을 무척 고통스러워하는 가여운 고흐가말이다. 그중에서도 예전의 내가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가장 놀라운 모습은 바로 자신의 예술을 확신하는 고흐였다. 고흐는 테오에게 쓴 편지 속에서 이 그림 세 점을집에 두고 팔지 말라고, 시간이 지나면 500프랑의 가치를 갖게 될거라고 말했다

경청의 한계를 알면서도 넘어서려 하는 얼굴, 이해를 다 하지 못한 게분명한데도 절대 이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연함으로 반짝거리는 눈빛은 아마도 인간이 지닌 최고의 아름다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시인이 아니라 시적인 사람이 되고싶다고요?" "네." "시적인 사람이 구체적으로 뭔가요." "지는 사람요." 이런 대화를 하곤 했다. 그러나 아까 말했듯이시적인 상태가 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언제나 이기고 싶다. 그래서 늘지는 사람이 아니라 져주는 사람밖에 되지 못한다. 시는언제나 어렵고 그것은 나에게 아주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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