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부풀다 절망으로 꺼진 자리,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텅 빈 자리와 텅 빈 말이있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에 걸었던가.
목적과 이유를 잃고 오래 허둥댔다. 그러나 ‘위해서 와
‘때문에‘를 지워가니 침묵이 소리를 내고 빈자리가 모습을 보인다. 희망이 눈을 빼앗고 절망이 눈을 감게했던 자리. 도대체 이 침묵과 빈자리를 어떻게 대해야하는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말은 하고 싶다. 이정표를 잃은 곳에서 길이 보인다. 아, 나는 이런 길 위에 있구나.
정작 나 자신이 듣지 못했으면서 함부로 그들은 말할 수 없는 존재라고 선언해버렸다. 내 안의 영리한 철학자가 자신의 듣지 못함을 그들의 말하지 못함으로 바꿔치기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수십 번이고 똑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말해준 야학 학생들 덕분에 겨우 몇 마디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알아차린 것 하나. 세상에 목소리 없는 자란 없다. 다만듣지 않는 자, 듣지 않으려는 자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