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맘‘ 이라는 말부터가 차별의 뉘앙스를 담고 있다. ‘워킹 대디‘나 ‘워킹 페어런츠‘라는 말은 아무도 쓰지 않는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육아를 여성의 몫이라고 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령 혼자 아이를 키우는 10대 싱글 맘은 무책임하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책임질 능력도 없으면서 대책 없이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말이다. 그럼 자식의 양육을 거부한 아빠는 어떻게 되는가? 똑같이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고 심지어 그 아이를 버린 아빠는 전혀비난받지 않는다. 같이 낳은 아이를 혼자 키우느라 제대로 된 직장도 못 구하고 능력 계발도 못 하는 여성에게 더 가혹한 도덕적비난을 퍼붓는 것이 과연 올바른 짓인가?
키처럼 어쩔 수 없는 신체 조건도 그렇지만, 공식적인 공간에서신체를 사용하는 방법도 성별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는다. 버스나전철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서 공간을 독점하는 습관은 특히남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런 쩍벌남 현상은 남성의 신체 구조나 자기만 편하겠다는 이기심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생물학적 조건이나 이기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의 공간이내 차지인가?‘라는 질문이다. 공간을 최대한 사용하는 남성들의습관은 유전자나 호르몬 탓이 아니라 학습된 것이다. 그런데 한집단이 공간을 더 많이 사용하면 남은 집단의 공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성들은 몸을 웅크리거나 다리를 모으는 식으로 공간을더 적게 쓰려는 경향이 있다.
누가 공간을 차지하는지, 누가 공간을 차지해도 되거나 마땅히차지하는지는 성범죄와 관련해서도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성범죄가 일어나면 여학생들한테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예방을 하려면 남자들을 집에 묶어두는 편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것이 논리적인 지시일 터이다. 하지만 성범죄가 늘어나면 여자들에게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 사실만 보아도 논쟁의 초점이어디에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위험이 존재할 경우 잠재적인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자리를 피해야 한다. 이런 식의 해결안은 당연하지도 않을뿐더러 교육적인 효과도 없다. 반대로 해야제재 조치가 진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행동반경이 줄어든 남성들이 범죄에 더 예민해질 것이고 그럼 지금처럼 범죄를묵과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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