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장소와 맺은 관계,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우리의 심리와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은 인간의 진화에 결정적이었다. 1장에서 보겠지만, 선사시대에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는 길을 찾아내는 능력 덕분에 호모사피엔스는 다른 인류보다 지구라는 행성의 구석구석까지 탐험할 수 있었다. 그러한 능력 덕분에 우리는 길잡이wayfinder라는 정체성을 획득했을 뿐아니라 추상적 사고, 상상력, 기억의 여러 측면, 그리고 언어까지 포함한 필수적인 인지 기능이 생겼다. 우리의 몸은 물론 마음도 공간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해준다. 알츠하이머병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한 가지 이유는 알츠하이머병이 공격하는 뇌의 부위가 인지 지도가 형성되는 곳과 같은 곳이어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집에 있어도길을 잃어버리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같은 부위에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및 정신이상에 의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들은 흔히 ‘정신적으로 길을 잃은 기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심리학자들은 길 찾기가 그러한 환자들의 병든부위에 있는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여 증상을 완화할 것이라 믿고 있다. 길 찾기와 공간 인지 능력은 우리가 길을 찾고 주변 환경을 파악하게 도와줄 뿐 아니라, 정신을 건강하게 해줄 수 있다.
GPS 덕분에 여행자들은 전통적인 경로를 따르기보다는 직통으로 이어진 경로를 선택한다. 오래된 길은 사라지고 있다. 이따금 자연은 오래된 길이 여전히 쓸모가 있는 이유를 일깨워준다. 이누이트족 문화 전문가 존 맥도널드는 《북극의 하늘 The AreticSk)》에서 1990년대 이누이트족 출신의 젊은 사냥꾼 무리가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한다. 그들은 연료가 바닥나자날씨가 갤 때까지 해빙 위에서 야영을 해야 했다. 단파 라디오로 도움을 청했지만, 주변에 몇몇 랜드마크가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구조대에게 그 이름을 말해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들은 발견되었지만, 많은고난을 겪고 난 뒤였고, 집에 돌아와 마을 어르신들의 엄중한 훈계를들어야만 했다.
지명은 설명적인 표지나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지명에는 땅에 대한 애착심과 그곳에 사는 사람의 흔적이 담겨 있다. 아포르타는 이누이트 지명이 기억하기 쉬운 까닭은 단지 알아들을 수 있는 지명을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지명이 특정지역에 소속감을 불러일으키는 다수의 서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24 배핀섬에는 피가아르비트 rigavit라는 곳이 있는데, (긴봄날을 즐기기 위해) 늦게까지 깨어 있어야 하는 곳‘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또한 푸캄말루탈릭 Puukammalutalik이라는 곳에는 누군가가 주머니를 놓고 간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런 식으로 특성이 부여되면 밋밋하고 특징 없던 얼음 지역이 불현듯 집처럼 익숙해질 수 있다.
우리의 선조가 정착했던 수많은 풍경도 처음에는 생활하기에 불편하고 무서웠을 것이다. 그들은 그러한 장소를 친근하게 느껴야 하고,상징적으로 체계화하려는 강력한 동기가 있었다. 이것이 의미 있는소에 이름을 붙여서 보상하려는 열정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이누이트식 표현을 따르자면, 그들의 "주변에 자신의 냄새가가득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명에 부여하는 의미는 우리가 주변공간을 알고, 접근하고, 만지고 싶은 우리의 필요를 반영한다. 지명은우리가 현재를 탐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아마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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