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다양하게 분리된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이제 ‘나 자신 myselt‘은 단수가아니라 복수數, 즉 myselves가 됐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튜브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다른 정체성으로 소통을 하고, 심지어는 하나의 SNS에서도 한 사람이 부계정 · 가계정 등 여러 개의 계정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꾼다. 마치 중국의 변검배우가 필요에 따라 가면을순간순간 바꿔 쓰듯이, 현대 소비자는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 ‘페르소나 persona‘라고 한다. 원래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 말인데, 현대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게 됐다. 인간은 페르소나를 통해 삶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바꾸어가며 주변 세계와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한다.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개인화된다매체 사회로 변하면서 페르소나가 중요한 개념으로 새삼 떠오르고 있다. 최근의 많은 트렌드는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 복수의 가면을 ‘멀티 페르소나‘, 즉 ‘여러 개의 가면‘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인간의 다원성은 확장됐지만 역설적으로 정체성의 기반은매우 불안정해졌다.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진짜 나는 누구인가? 다매체 시대를 사는현대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마지막 순간의 경험이 중요해졌다. ‘라스트 마일‘은 원래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거리를 뜻하는 말인데, 최근 유통 업계에서는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 접점을 의미하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배송과 관련한 라스트 마일은 물론이고, 다양한 산업에서 고객의 마지막 접점에 대한 만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객의 마지막 순간의 만족을 최적화하려는 근거리 경제를 ‘라스트핏 이코노미 LastFit Economy‘라고 명명한다. 라스트핏의 유형으로는 ① 편리한 배송으로 쇼핑의 번거로움을 해소하는 ‘라스트 딜리버리 Last Delivery‘, ② 주거지 근거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라스트 에어리어 LastArea, ③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의 편리한 이동을 중시하는 ‘라스트 모빌리티 Last Mobility‘, ④ 배송을 받은 후 포장을 풀며 느끼는 감정을 중요시하는 ‘라스트터치 Last Touch‘, ⑤ 여행을 갈 때에도 항공편 · 숙박 · 명승지 관광보다 그곳에서의 액티비티를 중시하는 ‘라스트 트립 Last Trip‘ 등이 있다. 이제 고객은 상품의 특성이나 브랜드가 주는 가치보다 주관적 효용을 기준으로 구매 의사를 결정한다. 제품 자체의 성능보다 제품과 소비자가 직접 맞닿는 그 접점에서의 만족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제품 중심의 동어 반복적인 모방과 차별화 경쟁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객과 접촉하는 내밀한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 마지막 순간을 잡는 자가 시장을 잡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음악 · 드라마 · 영화 · 소설 등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콘텐츠 전송 방식인 ‘스트리밍‘이 삶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유를 중시하는 오너십ownership 라이프에서 사용을 중시하는 스트리밍 라이프로의 변화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렌탈이나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지불하고 재화와 서비스를 추천받는 구독 멤버십 등 다양한 방식을 포괄한다. 핵심은 물 흐르는 듯한 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는 것이다. 첫째, 거주하는 공간을 스트리밍함으로써 자신의 로망을 실현하고 총체적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한다. 둘째, 전문가의 추천을 구독하는 방식으로 취미나 여가 활동도스트리밍한다. 셋째, 빌려서 경험한다. 다양한 선택지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할 필요없이, 가능한 선택지를 모두 사용해보는 것이다. 타보고 싶었던 자동차뿐만 아니라 고가의 가방에 가구까지 품목에 제한은 없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욕망은 부풀었는데 충족할 자원은 부족한 세대, 기술의 발전으로 상품·서비스 · 공간 경험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은 시대가 그 배경이다. 소유하지 않아 가벼우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일상의 장면들을 다양하게 채집하고있는 현대인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의 문법이 필요하다. 소비자와의관계가 구매로 끝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사용 여정을 유지·보수·관리해주는 관계중심적 접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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