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Different ‘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존재 철학을 정립해 《존재와 시간에 담았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의 모든 것은 인간에게 도구로나타나는데, 도구는 평소에는 인간이 의식하지 못한 채 쓰지만 사용불능 상태가 되면 비로소 인간은 이를 의식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이데거는 대표적인 산문 《숲길》에서 심플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보물이라고 설파했다.
이와 같은 하이데거의 철학은 미국 현대 철학의 거장이라 불리는휴버트 드레이퍼스Hubert Dreyfus를 통해 제록스 팰로앨토 연구소의마크 와이저에게 전수됐는데, 그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나오는 도구철학을 기반으로 숟가락이나 젓가락처럼 인간에게 의식되지 않고 사용되는 병따개나 라이터처럼 인간이 쉽게 사용하는, 복잡한 버튼과 기능으로 피로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 죽 심플한 디자인과 사용법으로 인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간 중심의 컴퓨터 기술인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창안했고, 이는 그가 이끄는 제록스 팰로앨토 연구소의 ‘파크패드‘ 개발로 현실화됐다. 그리고 이 파크패드는 약 19년 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로 실용화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잡스에 이르러서야 서양 과학기술 문명의 원천인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결합과 심플 철학을 발견하게 된 것일까.
좀 슬프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잡스처럼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잡스 이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나제임스 와트, 에디슨 등에게서 이 두 원칙을 발견하고 열광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 사람은 잡스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창의적 인재의 모범답안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 사람에게서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결합도 심플 철학도 발견하지 못했다.
또 이 세 사람에게 그리 열광하지도 않았다. 이 또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 세 사람에게서는 잡스가 가지고 있는 부富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얕음‘이다. 얕음은
‘조급함‘을 낳는다. 그리고 조급함은 본질을 놓치게 만든다. 그래서우리나라 컴퓨터 산업에는, 아니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분야에는 본질이 없다. 화려한 껍데기만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몰락을 부른다.
껍데기가 제아무리 화려하다 한들 결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조짐은 우울하게도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즉 우리는 더욱더 많은 돈을 더욱 더 빨리 벌고 싶어서 본질을 버리고 얕고 조급해졌다. 그래서 한때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 수법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얕음과 조급함 탓에 뼈아픈 가난과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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