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대신 좌파라고 불러 주지만, 좌파라는 완곡 어법은 여전히, 곧바로 ‘공산당 일당 독재·생산수단의 공동소유·평등한 분배’를 의미하는 스탈린주의를 뜻하고, 나아가 김일성·김정일 세습 왕가의 추종 세력임을 증명해 주는 불도장이다. 하지만 박노자는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의 보론 「좌파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단상」을 쓰면서, 좌파란 "시대 해방적이며 발전적인 경향을 주장하고 따르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말한다. 그는 20세기 말에 무너졌던 교조적 현실 사회주의를 부정하면서 "현실에 대한 비판과 부정"의 정신을 가진 사람은 모두, 이미 좌파라는 세례를 베푼다.

중국이 조선을, ‘임금은 약하고 신하는 강하다’는 뜻의 ‘군약신강君弱臣强’의 나라라고 일컬었듯, 조선은 재상 우위의 국가, 요즘으로 말하자면 내각책임제 국가였다. 조선은 그 정치 구조상 임금이 아무리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려고 해도 사대부들이 따라 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나라였다. 이런 나라에서 효종이 추진한 군비 확장 정책은 기득권에 안주하는 문신들의 강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조선의 문신들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란 국란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어떤 교훈을 얻기에는 이미 정치 구조가 고질적인 문치주의로 고착된 것이다. 군약신강과 문치주의! 이것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것이 우리나라 현대사를 비극으로 만든 계몽 군주에 대한 갈구가 아니었을까?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국가 형성기에는 강력한 군주가 있어야 한다는 국가주의 신화를 이승만·박정희와 같은 독재자를 통해 해갈하려고 했던 절박한 사정에는, 군약신강과 문치주의에 대한 한국민의 오래된 불신이 깔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위의 인용문은, 몇 년 전부터 신문과 방송을 통해 심심찮게 대할 수 있었던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시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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