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거 아닌가?‘ 맞다. 상관없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애초에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읽어야 하는 책의 양이나 읽는 속도를 누가 정해놓았다거나, 독서의 목표가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라면 잘 읽는 게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 아닌가. 좀 오래걸리더라도, 또 많은 양을 읽지 못하더라도 책 읽는 시간이 즐겁다면 누구나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백번 양보해서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것을 잘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내가 정말로 책 읽기를 잘 못하는 것인가? 그것도 확실치 않다. 읽는 도중에 딴생각이 좀 나면 어떤가? 어찌됐건 그 딴생각이라는 것도 책의 내용으로부터 연상된 것일 텐데, 그렇다면 그게 꼭 독서와 무관한 ‘딴생각이라고 할 수 있나? 그리고 읽은 부분을 다시 읽게 되는 게 꼭 문제인가? 같은 책 안에서라도 구절마다 중요도가 다르기도 하고어떤 때는 반복해서 음미하고 싶기도 하니 어떤 문장들은 여러번 읽게 되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얼마 전 안경을 잃어버렸다. 매우 아끼는 안경이었다. 아니, 아낀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란다. 이삼 년 전 그 안경을 산 이후로는 오직 그것만 써왔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있을 만한 곳을 전부 다 여러 번씩 싹싹 뒤져봤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 예전에 썼던다른 안경을 쓰고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약속 장소로가는 길, 이삼 일 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의한 구절을 떠올렸다. "형체 있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건물건이건." 마음을 털어버렸다. 그래, 그 안경이랑은 여기까지였나보지 뭐.
일본 작가 이나가키 에미코의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라는 산문이었다.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충격을 받아, 일본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만큼을 쓰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쓸모없는 물건을 하나하나 버리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대다수의 현대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적은물건을 가지고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책을읽으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누구나 하나씩의 종교를 꼭 가져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불교를 택할 것이다. 대학 시절 들었던 수업 중 재미있었다고기억하는 것은 딱 두 개인데, 그중 하나가 ‘불교철학‘이다. 쓸데없는 집착을 버리는 것이 좋다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물건에 대해서는 사람에 대해서든, 그 밖의 무엇에 대해서든, 욕심을 하나하나 줄여나가다가 인생의 마지막순간에 생명에 대한 욕심마저 딱 버리고 죽으면 정말로멋진 삶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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