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환상과 기도라는 두 극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일상사에 정신없이 빠져서 ‘기도‘ 라는 말
이 성가시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또한 기도가 쉽고 당연해서 삶이라는 말과 거의 똑같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우리는그 중간 어디쯤엔가에 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한 손으로는 우리의 귀중한 소유물을 잡은 채 기도하면서 그것이 지닌 미혹성을 어렴풋하게나마 겨우 의식할 뿐입니다.
하지만 어떤 때 우리는 반쯤은 잠들고 반쯤은 깬 흐리멍텅한상태에서 다시 한 번 깨어나게 됩니다. 전쟁의 위기나 급작스런 가난, 병, 죽음 속에서 ‘인생의 부조리들‘ 에 맞닥뜨리게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중립적인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없게 되고 어떻게든 반응을 보이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많은 경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눈에 띄는 반응은 우리의 당황스러움에서 터져나오는 반발심입니다. 자신의 환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고 우리의 반항심을 기도로 바꾸라는 요구를 받는 때가 바로 인생의 힘겨운 순간들입니다. 이것은 아주 어렵지만 우리를 실체로부터 멀어지게 하는일이 아니라 오히려 실체에 더 가까이 가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