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과제는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들을 정리하고,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은 "다르게 살기 위한 예비과정" 으로서 "그날그날시간의 인내를 가르쳐주는 일상의 겸손한 지혜에 호소하는 하나의 발견술적 역할(eine heuristische Rolle)을 담당하게 된다.
평범한 삶의 과정에서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내몰리면인간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방식을 찾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응급상황에서는 구호처럼 일단 숨통부터 틔워야 한다. 그러나 상처가 깊고 경험의 흔적이 오래 남을수록 응급조치로 충분하지 않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대처능력으로서의 기본적인 기술적 능력이 요구되겠지만, 더 나아가 불편함과 제약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행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근본적인 삶의 태도의 확립을 요구한다.
내면적인 불안은 외부로 표출되어 무기력을 경험하고 과민반응을 일삼기 일쑤다. 때로는 정신적인 충격과 불안이 엄습하여 실존을 동요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안정적인 정신적 삶을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지혜로서 ‘마음의 비축‘도 필요하다. 마음의 비축을 위한 목록은 일단 구성원 각자가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 목록작성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내용은 자기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이것은 발타사르 그라시안(B. Gracian)이 말하는 것처럼 "정신적 소질, 독창력, 판단, 욕구에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과 같은 것이다. 그는 "누구도 스스로를 미리 깨닫지 못한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지배자가 되지 못한다"고역설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일상적인 삶에 매몰되어서 자기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불편함이 바로 불행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겠지만 불편한 일들이 반복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게 느낄 것이다. 그래서 불편함을 주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평소에 불편함을 감수하며 신축적인 몸틀‘을 형성하고자 노력해야한다. 타자를 만나는 것은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길이다. 인간성에 대한 이해 노력은 그 자체가 관용과 화해의 몸짓이며, 인간성을 향해 도약하는 결단이다.
삶의 기예란 우리가 매달릴 수 있는 행복의 장소가 삶의 실행 자체 뿐이라는 것을 가리킨다. ‘허무의 문턱에 서 있는‘ (veribilis innihil) 인간은 "먼 길을 지나왔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므로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행복은, 스스로를 완전히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즐거워하고 그것을 분명히하는 자기에게 달려있다.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체념에 있지 않아야 한다면 그것은 단지 저항과 장애에 직면함으로써 생겨나는 강렬한 삶의 감정에서찾아져야 한다. 이것은 당연히 강한 주체, 특히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능력, ‘준비자세‘를 전제로 한다. 사르트르의표현처럼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내지 않은 저항과 장애를여러 곳에서 만나지만 "그런 저항과 장애는 인간에게 그것으로 있는 자유로운 선택 속에서 또 그것에 의해서만 의미를 가진다."그래서 우리에게 허용된 것은 적절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대처하는 것, 즉 "준비하는 것이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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